'백신 접종자 인증' WHO, 전자증명서 도입 검토
WHO 유럽 전문가 "접종자 구분 및 모니터링 기능…'면역 여권'과 달라"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본격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기대 속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 접종자 전자 증명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AFP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HO의 유럽지역 백신-예방 가능 질병 프로그램 담당자인 싯다르타 다타는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대응에 기술 적용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 적용 가능한 기술 중 하나는 '전자 백신 증명서'의 도입을 회원국과 함께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명서 제도를 도입하면 백신 접종자 확인과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면서, 그러나 증명서 도입 문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국가마다 서로 다른 법률 현실에 맞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싯다르타는 이어 도입이 검토되는 '백신 증명서'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논의되었던 '면역 여권'(immunity passport)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면역 여권이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에게 발급하는 증명서다.
감염병에서 회복된 환자에게는 항체가 형성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들에게 별도의 증명서를 발급해 여행 또는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면역형성 여부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데다, 면역이 생기더라도 얼마나 지속될지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방역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검사 대상자가 너무 많아 실행 자체도 어려운데다가, 생물학적 특성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만든다는 윤리적 측면의 반대 여론도 제기됐다.
반면에 이번에 도입이 검토되는 백신 인증서는 WHO가 동유럽의 에스토니아와 함께 시험 개발 중인 제도다.
에스토니아는 애초 자체적으로 '면역 전자 여권' 시스템 개발에 나섰었다.
지난달부터는 최근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활용할 데이터 구축이 필요한 WHO가 에스토니아와 함께 '스마트 옐로카드'로 불리는 백신 인증서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어쨌든 영국이 서방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을 한 가운데, 백신 인증서 제도가 도입 검토로 접종자의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한편,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지역 53개국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금까지 1천930만 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됐으며, 누적 사망자는 43만3천여 명에 달한다.
서유럽지역의 경우 가을철 2차 대유행 이후 바이러스 확산세가 다소 잦아들었지만, 병리학상 환경이 개선된 것은 아닌 만큼 방역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WHO 유럽지역 담당자인 한스 클루제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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