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한인사회가 준 쌀·라면으로 코로나 생활고 견뎠어요"
한인회, 대사관·진출기업과 마련한 식료품 나눔 사업 종료
"아직 도움 필요한 이들 많은데 아쉬워…내년에도 이어지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쌀과 라면이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 몰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는 교민 및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태국 한인사회의 '재난 키트' 나눔이 지난 3일로 마무리됐다.
재난 키트는 주태국 한인회가 주태국 한국 대사관, 한태 상공회의소,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태국지회 그리고 식당·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일부 교민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식료품 및 식사 쿠폰 등이다.
전날 방콕 중심부 수쿰윗가에 자리한 한인 타운에서 올해 마지막 재난 키트가 한인들에게 배부됐다.
이날 마련된 재난 키트에는 쌀 5kg 두 포대, 라면 20개를 비롯해 김치, 고추장, 된장, 냉동 어묵, 떡볶이, 김 그리고 코로나19 마스크 등이 들어갔다.
배포를 시작하자마자 20여 분 만에 식료품이 쌓여 있던 책상 위가 휑해졌다.
SNS를 통해 한인회에 미리 신청한 한국인들이 가방이나 쇼핑백을 들고 와서 담아갔다.
이들은 식료품을 담아주는 한인회 및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50~60대로 보이는 한국인 부부 두 쌍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손을 내저었다.
두 어 차례 '퇴짜' 끝에 코로나 사태로 유통 사업이 어려워져 태국인 직원 4명도 내보내고 어렵게 지낸다는 이모(47)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재난 키트가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정말'이라는 말을 몇 차례 써가면서 "먹을 게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쌀과 라면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때문에 교민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심정이 느껴지기도 했다"고도 했다.
재난 키트 수령이 올해 마지막인데 대해 이씨는 어려운 상황이 최소 2~3개월은 더 갈 거 같다면서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40대 남성은 이날 처음 재난 키트를 받아 간다고 했다.
태국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다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 남성은 말처럼 남을 도와준다는 게 쉽지 않은데 한인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전했다.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김모(57)씨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밑반찬이며 쌀, 라면 모두 필요한 식료품이라 엄청나게 도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국에서 20여 년 살았지만, 한인회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대사관도 행정업무 외에 도움받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오래 있다 보니 한인회 도움을 다 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관과 한국 기업들에도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가 심각해진 지난 4월부터 한인회가 주도해 재난 키트 수요 파악에 나섰다.
이어 5월부터 매달 한 차례씩 한인 사회의 '따뜻한 정'을 나눴다. 8차례에 걸쳐 진행된 재난 키트 나눔은 방콕 지역에서 모두 620가구(중복 포함)가 신청했다.
방콕 외에도 치앙마이(150가구), 푸껫(40가구) 파타야·라용(700가구) 등에서도 현지 한인회나 우리 기업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고 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나눔 행사에 앞장서 온 백상규 한인회 부회장은 기자와 만나 "아직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많이 남았는데 끝을 내야 한다는 게 아쉽다"며 "차기 한인회가 계속 이 사업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라도 돕겠다"고 말했다.
백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로 태국 내 생계가 막막하자 부모가 한국으로 돈을 벌러 가는 바람에 혼자 남아 한인 학교에 다닌 학생 10명이 가장 기억난다면서, "부모들이 귀국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힘 닫는 데까지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태국 대사관 하태욱 총영사도 "한인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을 도와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 총영사는 "한인회가 올해 말로 지도부가 바뀌는 만큼, 일단은 대사관 차원에서라도 재외동포재단 기금을 활용해 내년 2월까지는 나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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