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부양안 급진전…9천80억달러 연내 처리될 수도
상원 초당적 그룹 법안에 민주당 지도부 지지
경기침체 재발 우려에 야당이 타협안 제시
걸림돌은 별도법안 추진하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의 경기를 떠받칠 재정지출 확대 법안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기대대로 효과를 내 경제활동이 정상화할 때까지 경기악화를 막아줄 처방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더힐 등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의장, 척 슈머(뉴욕)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부 상원의원이 초당적으로 제시한 경기부양안을 2일(현지시간) 지지했다.
민주당 의회 지도부의 이 같은 결단은 그간 협상 과정을 볼 때 상당한 타협으로 관측된다.
새 부양안 규모는 9천80억 달러(약 997조원)로 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추진해온 2조2천억 달러(약 2천413조원) 부양안의 절반도 안 된다.
미국 여야는 올해 초 3조 달러 부양안을 의결했으나 여야는 추가부양안의 규모를 두고 수개월간 교착상태를 이어왔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1조9천억 달러 규모의 부양안을 단독 처리했다.
그러나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표적을 뚜렷하게 압축한 5천억 달러 부양안을 고수하며 민주당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때 1조7천억 달러를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그 부양안에 담긴 정책에 이견이 보이며 거부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9천80억 달러 부양안을 지지한 데에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가 미국에 3차 대유행을 일으켜 방역이 강화되면서 항공사를 비롯한 기업들에서 대량실직이 속출했다.
신용보고업체 S&P 글로벌은 경기부양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잃고 올해 상반기에 이어 다시 경기침체에 빠져드는 더블딥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급속한 경기후퇴를 우려하며 백신보급 전에 재정지출을 늘려달라고 의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이번 9천80억 달러 부양안은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수전 콜린스(메인), 밋 롬니(유타·이상 유타),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마크 워너(버지니아·이상 민주), 앵거스 킹(메인·무소속) 등 상원 의원들이 주도했다.
법안에는 주 정부와 시 당국, 소기업, 가계, 노동자의 경제충격을 완화할 재정지출 계획이 담겼다.
특히 실업자 수백만명에게 최소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1주일에 300달러씩 연방정부가 재정지원을 보조하는 안이 담겼다.
올해 초 실시된 초대형 부양책에서처럼 미국인 1억명 이상에게 1천200달러씩 나눠주는 현금 보조는 재연되지 않는다.
부양안 통과의 현재 최대 걸림돌은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로 관측된다.
매코널 대표는 5천억 달러 부양안에 집착해왔으며 실업급여를 최소화해 초당적 법안과 차별되는 별도 법안을 돌리며 반대를 밝혔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소송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법안을 부양안과 연계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접점이 전혀 없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매코널 대표의 측근인 존 (공화·사우스다코다) 상원의원은 초당적 법안의 틀과 공화당 법안을 병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가 나빠지리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가운데 셸리 무어 캐피토(웨스트버지니아)처럼 초당적 부양안을 개별적으로 지지하는 여당 상원의원도 나왔다.
부양안이 처리되기 전에 넘어야 할 또다른 변수로는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거론된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초당적 부양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상원의원의 보좌관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야 경기부양책이 연내에 시행되는 까닭에 바이든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너무 많이 개입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고 보도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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