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부정 혼란' 벨라루스 루카셴코 대통령 "개헌후 물러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 8월 대선 후 지속적인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헌법 개정 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수도 민스크의 시립병원 소속 의료진과 면담하면서 "나는 어떤 헌법도 나를 위해 만들지 않을 것이다. 개헌이 이뤄지면 나는 대통령으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 개헌 국민투표를 조작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개헌안)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더라도 그럴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벨라루스는 지금 전쟁 없이 필요한 것(개헌)을 해내야 하며 누군가 전쟁을 부추기면 더 나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의 조장으로 벨라루스에서 친정부 세력과 반정부 세력 간에 무력 충돌(전쟁)이 발생하기 전에 개헌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루카셴코는 그동안 대선 부정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라는 야권 요구를 거부하면서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의회나 총리에게 나눠주는 개헌을 실시한 뒤 새로운 대선과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개헌 후 사퇴 입장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그러나 개헌 실시 일정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가 4개월째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9월 23일 전격적으로 취임해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