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2050년 탄소중립 달성하려면 탄탄한 로드맵 뒷받침돼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화상회의로 열린 리야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2050년 탄소중립은 산업과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담대한 도전이며 국제적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며 탄소중립을 선언한 문 대통령이 세계 주요국 정상들 앞에서 탄소중립 달성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국제협력을 촉구한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저탄소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국가 감축목표(NDC)를 새로 세워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소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을 바꾸고 그린 경제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고 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제거량을 같게 해서 순 배출량을 제로(0)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2050년 탄소중립은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IPCC)가 2018년 권고한 목표치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동의한 나라들은 이와 관련한 비전 및 달성 방안을 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언급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지구공동체 목표인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과감한 결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고에너지 산업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이 탄소중립을 목표대로 실현하려면 고통스러운 과정이 뒤따른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구조를 저에너지 기반으로 바꾸는 산업구조 전환과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은 필수다. 문 대통령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공약과 정책 목표 형태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제 인류의 미래를 위해 탄소 감축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하지만 우리의 글로벌 산업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현실적이고도 치밀한 전략, 결단력 있는 정책 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을 위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탄소를 적게 쓰는 사회로의 이행은 과거 많은 탄소 배출 과정을 겪으며 이미 경제발전을 이룩한 선진국과 발전 단계에 있는 개발도상국 사이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힌 구조다. 그렇기에 선진국이 배려하고 개도국이 양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2050년 탄소중립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유다. 중견국의 리더로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요국 정상들에게 협조를 부탁한 것도 책임 있는 자세로 보인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바탕으로 연내에 2030년까지의 탄소 감축 목표와 그 이후 최종 목표 달성까지에 필요한 로드맵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IPCC 권고를 수용해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늦은 편이다. 영국과 독일 등은 2000년대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탄소 배출량의 정점을 찍었고, 일본과 미국도 2005년, 2008년부터 탄소 배출이 줄기 시작했다. 한국은 2018년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3.4% 줄었다. 다른 나라들보다 탄소 감축을 밀도 있게 진행하지 않으면 같은 시점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효성을 담보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 정교한 그린뉴딜 정책 수립과 집행, 첨단 저에너지 산업으로의 과감한 이행 계획을 기간별로 촘촘하게 담은 로드맵을 마련해 2050년 탄소중립이 환상에 그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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