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항공운임 급등에 대중소기업 '발동동'…"내년 떨어질까"
운임 동반 상승세 지속…내년 초 미주노선 물동량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최평천 기자 = 해상과 항공 화물운임의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수출업체들의 아우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해운사와의 내년 운송 계약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 현재의 운임 급등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해상운임 매주 사상 최고치…동남아 노선 한달새 5배로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0일 1938.32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80.99포인트 올랐다.
SCFI가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다. 또 올해 초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올랐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미 서안 항로 운임도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3천913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운임 상승세는 중동·동남아 노선까지 확대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노선 운임은 미주 노선으로 선박이 몰리면서 같은 날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802달러를 나타내며 한 달 만에 5배 가까이 뛰었다.
문제는 이런 운임 상승이 길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출한다는 점이다.
해운시장은 비수기인 4분기에 운임이 대체로 하락하지만, 올해는 미국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미주 노선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평소와 다른 추이를 보인다.
이에 국적선사인 HMM[011200]이 내달 2월까지 미주항로에 매달 1척 이상의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해외 배송비 지원에 나선 것처럼 해상운임 지원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선사들이 선박 공급을 크게 줄인 상황에서 물동량 증가까지 겹치면서 운임 급등을 이끌었다"면서 "선사들이 선박 공급을 늘리거나 물동량이 줄지 않는 이상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항공화물도 운송공급 딸려…대기업도 1~2주씩 납품 지연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해상운송화물을 항공운송으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도 코로나19 여파로 화물 운송 공급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상황에서 늘어난 물량(수요)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이달 발간한 '항공 화물 시장 분석'에 따르면 올해 화물공급량 수치인 '공급화물톤킬로미터'(ACTK)는 지난해보다 24.7% 줄었다.
항공 화물은 높은 운임 때문에 중소기업보단 대기업이 주로 이용하는데 이러한 공급 부족으로 대기업도 해외 납품이 1~2주씩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 미국 노선의 운임이 작년 대비 2배 이상 오르는 등 항공화물 운임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례로 미국 시카고 구간의 운임은 평년 성수기에 kg당 6천 원이었지만 지난달 1만3천원까지 오르더니 이번 달에는 1만6천원~1만7천원을 기록 중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항공 화물은 운송 주체인 항공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항공사별로 운임이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몇몇 기업은 납품 기일 준수를 위해 일부 항공사가 요구하는 프리미엄을 주고 '울며 겨자 먹기'로 물건을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4분기 항공 화물 성수기를 맞아 항공화물 운임이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각각 23대, 13대의 화물기를 총투입해 운송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 기존 계획된 화물 노선의 정기편 외에도 비정기편 운항까지 늘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에 어떤 화물을 운송할지 선택권이 주어진 상황에서 수익성이 더 높은 화물을 운송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화물기뿐 아니라 여객기 화물칸에 화물을 꽉꽉 채워서 쉬지 않고 운항 중"이라고 밝혔다.
◇ 계약 앞둔 수출기업 "제발 내년엔 떨어지길"
운임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의 고충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연말을 맞아 선사들과 내년 장기 운송계약(SC)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 운임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계약은 대체로 전년의 평균 운임에 기반해 체결된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운임 상승을 이끈 미주노선 물동량이 내년 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수출기업들은 물량 감소가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까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전미소매협회(NRF)는 올해 12월과 내년 1월의 미국 수입이 전년 대비 각각 8.2%, 3.7% 줄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해 내년 초 수입 증가세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해운 전문 컨설팅업체인 드류리도 물동량 감소를 예상하고 내년 아시아-미주노선 운임 전망을 FEU당 2천~2천500달러에서 1천900~2천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미국 수입이 준다는 것은 미국으로의 물동량이 준다는 의미이기에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해운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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