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참수 발언' 트럼프 前참모, 페북 영구정지는 지나쳐"
"파우치·FBI 국장 머리, 창에 매달아야" 발언 배넌 계정 그대로 남겨둔 조치 두둔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전염병 전문가를 '참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책사를 페이스북에서 영구 정지시키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저커버그 CEO가 최근 직원들과의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옛 측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익명의 직원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12일 직원들이 참석한 회사 모임에서 배넌이 페이스북에서 영구 정지 조치를 당할 만큼 이 플랫폼의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배넌은 앞서 5일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워룸 팬데믹'에서 전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과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목을 베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는 레이, 파우치를 해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며 "난 정말 옛날 튜더 왕조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 그들의 머리를 창에 꽂아서, 관료들에게 제대로 안 하면 죽는다는 경고의 의미로 백악관 양쪽 코너에 두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담긴 배넌의 동영상은 페이스북에 10시간가량 남아 있다가 결국 삭제됐다. 페이스북은 폭력 선동 규정을 이유로 들며 삭제했지만 이미 거의 20만회 조회된 뒤였다.
또 다른 소셜미디어 트위터는 배넌의 이런 발언이 알려진 뒤 그의 팟캐스트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저커버그의 발언은 트위터처럼 강경한 조치를 하지 않은 페이스북의 결정을 두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넌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은 유튜브에도 올라갔고 역시 삭제됐다. 그러나 유튜브 역시 배넌을 계정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제니퍼 그리걸 시러큐스대학 소셜미디어 교수는 "이는 저커버그가 받고 있는 압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나 공화당이 소셜미디어에 대해 보수적인 의견을 억압하고 검열한다고 공격해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걸 교수는 "스티븐 배넌은 그 플랫폼(페이스북)을 남용하고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나는 정말로 마크 저커버그가 사람들이 대중과 사회에 그런 식으로 해를 끼치도록 놔두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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