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행성' 화성, 상층 대기까지 올라간 수증기 통해 물 잃어
태양 근접 남반구 여름·행성 전체 휩쓴 먼지폭풍 상승 작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화성도 지구처럼 넓은 바다와 호수, 강을 가졌던 흔적이 드러나고 있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 많던 물을 잃게 된 것일까.
수십억년을 거치는 동안 바싹 말라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 돼버린 '붉은 행성' 화성의 미스터리가 상층 대기에서 예상외로 많이 발견된 물 분자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풀리게 됐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행성과학 교수 로저 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2014년부터 화성 궤도를 돌며 대기 성분을 추적해온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메이븐'(MAVEN)의 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이 대학과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화성 대기 및 휘발성 진화'(Mars Atmosphere and Volatile EvolutioN)라는 단어의 앞 글자를 딴 메이븐은 화성 궤도를 돌면서 4시간 30분마다 화성 160㎞ 상공까지 내려가 '중성 가스 및 이온 질량 분석기'(NGIMS)로 상층 대기의 물 분자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타원 궤도를 가진 화성이 태양에 가장 근접할 때 기온이 오르고, 극지방 등의 표면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물이 상층 대기로 많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687일 주기로 태양을 도는 화성은 남반구가 여름을 맞는 시점에 태양에 가장 근접한다.
이와 함께 1년에 한 번꼴인 국지적 먼지 폭풍과 약 10년마다 행성 전체에 휘몰아치는 대형 먼지폭풍 때도 대기 기온이 상승하며 물 분자가 상층 대기로 쉽게 올라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 행성 전체에 휘몰아쳐 NASA 탐사 로버 '오퍼튜니티'(Opportunity)를 잃게 한 먼지폭풍이 시작됐을 때 상층대기의 물 분자는 3ppm으로 이전의 배가 됐으며, 먼지폭풍과 남반구 여름이 겹쳤을 때는 60ppm으로 급증하는 것을 발견했다.
화성에서는 표면 인근에서 물 분자가 태양의 자외선을 받아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고, 대기를 구성하고 있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가벼워 상층 대기로 올라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잃은 물의 양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지구에서는 수증기가 높이 올라가면 온도가 낮아지며 응축돼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비가 돼 내리는데, 화성에서는 온도가 높아지면서 이런 정지 작용이 이뤄지지 않고 물 분자가 더 높이 올라가게 된 것으로 설명했다.
또 상층 대기로 올라간 물 분자는 자외선을 받아 분해되는 것을 넘어 태양풍의 입자로 이온화된 CO₂를 만나 4시간 안에 분리돼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계산됐다.
연구팀은 "화성이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지구와 달리 춥고 건조한 곳이 된 것은 대기와 물을 잃었기 때문"이라면서 "메이븐의 새로운 자료는 물을 잃는 과정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했다.
연구팀은 지난 10억 년간 이런 과정을 통해 잃은 물이 화성 전체를 43.18㎝ 깊이로 덮는 양으로 추산했다. 여기에다 행성 전체를 휩쓰는 먼지폭풍으로 인한 물 손실도 약 17㎝ 깊이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10억년 전 이전의 물 손실은 추론할 수 없었지만 그 이전에는 수증기가 상층대기까지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더 강한 작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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