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형님'보다 나은데…노사 갈등에 발목 잡힌 기아차
2개월 연속 내수·해외 증가세…미국서 텔루라이드 월간 최다 판매량 경신
임단협은 평행선…노조는 파업권 확보해 9년 연속 파업 수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기아차[00027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도 두달 연속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증가세를 보이며 실적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미 3분기에 대규모 품질비용 반영에도 흑자를 내며 '형님'(현대차)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무분규 임금 협상을 이룬 현대차[005380]와 달리 기아차는 노사간 이견으로 파업 수순을 밟는 등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10월 국내에서 작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4만8천9대, 해외에서 7.0% 늘어난 21만7천705대를 판매하는 등 총 26만5천714대를 판매해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9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카니발(1만2천93대)은 9월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다 월간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베스트셀링카' 그랜저를 제치고 1998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국내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늘리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10월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2% 늘어난 5만6천94대를 판매하며 5만8천449대(-1.0%)를 판매한 현대차의 뒤를 바짝 쫓았다. '북미 올해의 차' 등을 수상한 텔루라이드는 9천697대 팔리며 지난달에 이어 월간 최다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기아차는 이미 9월에 미국 시장에서 5만5천519대를 판매해 현대차(5만4천790대)의 판매량을 넘어섰고 1994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9월 소매 판매량과 3분기 소매 실적 모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올해 1∼10월 미국 시장에서의 누적 판매량은 현대차가 51만3천159대, 기아차가 48만4천444대로, 일각에서는 연간 판매량으로 기아차가 현대차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아차는 3분기에 1조2천592억원의 품질 비용을 반영했지만, 신차와 레저용차량(R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효과로 1천952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처럼 코로나 여파에도 내수와 해외 시장 모두 선방하고 있지만, 문제는 노사 갈등이다.
현대차가 무분규로 임금 동결 합의를 이뤄낸 것과 달리 기아차 노사는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그룹 총수로는 19년 만이자 회장에 취임한 지는 보름 만에 현대차 노조 지부장을 만나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온기가 기아차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3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73.3%로 과반 찬성을 확보한 데 이어 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손에 쥐었다.
기아차 노사는 오는 11일과 12일 오후 본교섭을 할 예정이다.
노조가 이미 파업권을 확보한 만큼 노사 교섭이 결렬될 경우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여론 악화 등을 고려하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아차 노조는 앞서 9차례의 임단협 본교섭에서 ▲ 기본급 12만 원 인상 ▲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 기존 공장 내에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또 사측이 3분기 실적에 품질 비용을 반영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며 이사회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정 회장과의 회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최근 품질 문제를 빙자해 징계를 남발하며 현장을 탄압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사측에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는 "정 회장이 상생의 노사관계를 강조한 만큼 실무 경영진도 노조와 조합원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품질 문제와 관련해 공정개선 미비로 인한 회사의 치부는 뒤로한 채 조합원 징계로 현장을 통제하겠다고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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