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트럼프와 삐걱 독일 "미-독, 대서양 양안 관계 호전 기대"
"메르켈 총리 "협력 고대"…외무장관 "양안 관계 새 출발에 투자 원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7일(현지시간) 승리하자 독일 사회에서 화색이 돌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해온 독일은 바이든 후보의 집권으로 독일과 미국 간의 관계는 물론 대서양 양안 관계도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 주류 사회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부터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바라는 기류를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4년간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양안 관계가 악화 일로를 겪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독일이 미국을 상대로 부당하게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고 압박했다.
독일은 기후변화 문제와 국제무역 질서를 놓고 사사건건 미국과 부딪혔다.
독일이 중재자로 어렵사리 성사시킨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 선언하면서 양국은 더욱 멀어졌다.
독일과 러시아 간의 해저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인 '노드 스트림-2' 사업을 놓고서도 미국은 제재하겠다며 중단을 요구해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약속한 만큼의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압박해왔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주독 미군의 일부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주독 미군 감축 문제도 대선 이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바라온 셈이다.
대선을 앞두고 독일 주류 정치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교체를 바라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언론 인터뷰에서 "바이든 후보가 다자간 협력을 미국의 강점으로 보는 전통 속에 서 있다"며 바이든 후보에게 기울어진 듯한 발언을 했다.
대연정 다수파인 기독민주당의 당권주자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그것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 주류 언론도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독일의 이런 속내를 감안한 듯 선거 과정에서 중국, 이란과 함께 독일을 언급하며 자신의 낙선을 바라는 국가로 규정했다.
미국 대선 개표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가 막판 열세를 뒤엎는 흐름이 전개되자 독일 사회는 들뜨기 시작했다.
진보성향의 일간지 타게스차이퉁은 지난 4일 온라인 헤드라인을 '행복한 결말의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제목을 뽑았다.
바이든이 승리하자마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과 향후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도 슈피겔온라인은 곧바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시대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함께 새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독일은 양국 간의 흐트러진 동맹 관계가 재정비되고 다자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선 전 마스 장관은 미국의 새 행정부에 양안 관계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안을 제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마스 장관은 바이든의 승리 직후에도 "우리는 대서양 양안의 새출발과 뉴딜을 위해 우리의 협력에 투자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은 낙관만 하지 않는다. 지난 4년간 미국의 돌변한 태도 속에서 경험치가 쌓였다. 미국의 새 행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이 단결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지난 4년간 미국의 압박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유럽을 강하게 만들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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