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 대선 '서로 승리 주장' 혼돈…불확실성에 면밀히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3일 치러진 대선의 승자가 조기에 결정되지 않아 미국 정국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합주가 적지 않은데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이례적으로 우편투표가 급증해 개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섣불리 승부를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편투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개표가 진행 중인 4일(현지시각) 새벽 연설에서 "승리로 가고 있다"며 개표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선제적으로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대선 결과를 이날 오전이나 이후까지도 알 수 없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글과 연설에서 승리를 장담하며 사실상 '승리 선언'을 했고,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비난했다. 투표와 관련해 연방대법원으로 갈 계획이라며 우편투표가 포함된 투표의 개표가 중단되길 원한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6개 경합주 중 5개 주에서 앞서거나 사실상 승리를 확정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두 주자 모두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법적인 당선인을 한동안 확정하지 못하는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는 형국이다. 우려됐던 대선 후 '불확실성의 시간'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전에서는 대선 당일을 시발점으로 큰 혼란 속에 폭력·소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선거전에서 보기 어려웠던 극심한 사회 분열과 과열 양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일 하루 전에 미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폭력 사태가 빚어져 긴장감이 감돌았다. 트럼프와 바이든 지지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있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 방위군에 대기 명령이 내려졌다. 선거일 당일에는 큰 사건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개표 시간 동안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가 더 문제다. 승자 확정이 늦어지거나 승패에 불복한다면 극심한 혼란이 계속돼 극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폭력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 방식을 문제 삼아 실제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분열과 혼란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오랜 역사와 '페어플레이' 정신을 자랑하는 미국의 선거와 민주주의가 한계를 드러내며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이례적인 현상들이다.
미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국가이기에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동맹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선 결과의 향방에 따라 크게 요동칠 수 있는 외교·안보, 통상 분야 현안에서 치밀하게 대응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북핵 문제는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중요 이슈로 다뤄질 수밖에 없고, 큰 틀에서 한미 간 동맹 현안의 까다로움은 여전할 것이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도 지속할 것이어서 중간에 낀 우리에게는 큰 골칫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더 기승을 부려 대미 정책에서 국익을 지키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갈취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이든 후보가 집권한다면 교착 중인 협상에 출구가 열릴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의 경우 대북 협상에서 정상 간 톱다운 외교보다는 원칙을 중시하는 쪽이어서 비핵화 협상에서 전혀 새로운 국면에 맞닥뜨릴 공산이 크다. 차기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에 촘촘히 대비해야 할 때다.
미국 정국의 불확실성이 지속하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 추가 타격이 될 수도 있다. 개표 지연이나 어느 한쪽의 불복으로 당선인 확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최악인데 상황은 그쪽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비상 체계에 들어간 금융당국은 국내외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안정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승자 확정 이후의 대응 전략을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국 이익 우선주의와 일방적인 통상 정책을 고수해 통상 마찰이 확대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해온 세계 무역전쟁이 누그러져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든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등 경제외적 이슈에서 중국을 더 강하게 압박할 소지가 있고, 환경 문제 대응에 적극적이어서 우리 경제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누가 미국 행정부의 수장이 되든 한국 경제에 가해질 압력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래저래 가변성이 큰 상황이다. 당국은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 전략을 구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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