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인재경영'…은퇴 이동국 챙기고 떠난 동커볼케 재영입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 전통을 깨고 과감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재 중시' 방침이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주말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상징적인 선수인 '라이언 킹' 이동국의 은퇴 경기가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이동국의 현역 마지막 경기를 함께 했다.
전북 현대의 구단주인 정 회장은 구단 상징색인 녹색 마스크에 캐주얼한 복장으로 킥오프부터 지켜봤고, 이동국의 등번호(20번)에 맞춰 전반 20분 진행된 이동국을 향한 2분간 기립박수 이벤트에도 함께 하며 다른 일반 관객처럼 2분간 서서 이동국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가 끝나고 전북 현대의 통산 8번째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그라운드에 내려가 이동국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을 격려하고 기쁨을 함께했다. 특히 이어진 이동국의 은퇴식에서 정 회장은 기념패와 2021년형 신형 미니밴(스타렉스 후속 모델) 교환권을 직접 전달하고 이동국과 포옹했다. 이동국은 사인 축구공으로 화답했다.
궂은 날씨에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정 회장은 우산 없이 비를 맞아 가면서도 우승 기념 티셔츠를 입고 선수단과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쁨을 나눴다.
이동국은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장님이 '자주 연락합시다'라고 말했는데, 차 선물 받은 것보다 그 말씀이 훨씬 뭉클하게 다가왔다"면서 "평생 잊지 못할 화려한 은퇴식을 열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정 회장은 2009년 K리그 우승 선물로 클럽하우스를 지어주는 등 든든한 후원을 이어왔으며 팀 우승 시에는 단장과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네며 관심과 애정을 표현해왔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의 복귀도 정 회장의 '인재 중시'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전날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최고창조책임자(CCO)를 신설하고, 담당 임원에 동커볼케 부사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CCO 자리를 신설하고 동커볼케 부사장을 재영입한 것은 정 회장의 '인재 중시'와 '디자인 경영' 방침이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를 지낸 동커볼케 부사장은 2016년 1월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줄곧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으며, 올해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할 때까지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디자인 담당을 맡았다.
2015년 영입 당시에도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 사장의 영입에 이은 두 번째 스카우트인데다 디자인 역량 강화에 힘써 온 정 회장의 '작품'이라는 평가 속에 주목을 받았다.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을 맡았던 동커볼케 부사장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등 디자인 개발에 매진한 지 불과 2년 만인 2017년 말 승진 인사에서 승진자 인사 프로필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리며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동커볼케 부사장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현대차그룹의 일원으로 다시 합류한 것은 회사와 인재 사이의 지속적인 소통과 상호 신뢰·존중에 바탕을 두고 최고 인재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 체제하에서 현대차그룹은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고, 연말 정기 임원인사도 연중 수시 인사로 바꾸는 등 인재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인 거장으로 꼽히던 아우디 디자인 총괄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정 회장이 유럽까지 직접 찾아가 설득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15년 합류한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2018년 12월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에 올랐고, 2018년 3월 현대차에 합류한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정립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9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그동안 눈독을 들였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사업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정 회장의 '인재 경영'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자릿수 규모로 연구개발(R&D) 분야 신입사원 채용도 진행 중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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