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성당서 30분간 광란의 살인극…서방·이슬람 갈등속 참사
코란 소지 튀니지 출신 용의자 3명 살해…'신은 위대하다' 외쳐
IS 등 연계 극단주의 범행 여부 수사…패닉 프랑스, 경보 최고수위로 상향
문화 갈등 심각…각국 테러 규탄·유엔 상호존중 촉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프랑스에서 29일(이하 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이 성당에 들어가 시민들을 참수하고 살해했다.
충격적인 사건은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던 교사가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당한 지 2주도 되지 않은 심란한 상황에서 재발했다.
특이 이번 사건은 교사 참수 테러 사건 후 유럽과 이슬람권의 문화적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불거져 귀추가 주목된다.
◇ 니스의 아침을 공포로 뒤바꾼 30분 흉기 난동
로이터,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오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인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했다.
프랑스 대테러 검찰은 범인이 오전 8시29분 성당으로 들어가 30분가량 성당 안팎에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밝혔다.
튀지니 출신의 브라임 아우이사우이(21)로 알려진 범인은 성당지기로 일하던 55세 남성의 목을 공격해 살해하고 60세 여성을 참수했다.
44세 여성 1명도 아우이사우이의 공격으로 숨졌다. 이 여성은 성당 근처 카페로 달아났다가 공격을 받고 사망하기 전 만행을 외부에 알렸다.
아우이사우이는 날이 17㎝인 30㎝ 길이의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출동한 경찰은 오전 8시57분 총격을 가해 아우이사우이를 쓰러뜨렸다. 그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 극단주의 뚜렷…코란·칼 지니고 "알라후 아크바르"
수사당국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아우아사우이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아랍어는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테러 후에 외쳐 일부에 위협적인 신호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아우이사우이의 범행동기도 이슬람 극단주의가 확실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찰이 아우이사우이로부터 압수한 물품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 이슬람 경전인 코란, 예비용 흉기 2자루, 휴대전화기 등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아우이사우이는 튀니지 출신으로 올해 9월 14일 선박을 타고 튀니지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탈리아에 먼저 도착했고, 이날 열차를 타고 오전 6시47분 니스역에 도착했다.
당국은 아우이사우이가 IS와 같은 테러단체와 연계돼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최근 서방 국가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는 조직의 지시를 받아 자행된 경우가 있지만, 추종자가 자발적으로 저지른 경우도 많았다.
◇ 테러·테러 또 테러…다시 충격에 빠져드는 프랑스
파리 교사 참수 테러의 공포로부터 회복해가던 프랑스는 이번 사건 때문에 다시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는 시리아, 이라크를 거점으로 삼아 수년 전 발호한 IS의 주요 표적 가운데 하나였다.
IS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 작심하고 조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동시다발 총기 난사와 폭탄 공격으로 130명 정도를 살해했다.
프랑스는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해 테러 감시와 예방을 위해 수년간 시민들의 자유 일부를 제한하는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니스에서는 2016년 7월 14일 대형트럭이 혁명기념일 행사 뒤 해산하는 군중에 돌진해 80여 명을 살해하는 참변이 있었다.
IS가 배후를 주장했으나 수사당국은 범인과의 직접 연계성은 없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26일에는 프랑스 북부 루앙시 근처 성당에서 IS 추종자들이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를 살해하는 테러도 발생했다.
최근 들어 프랑스에서는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에 격분한 이들의 테러가 빈발했다.
올해 9월 25일에는 파리 중심부에서 파키스탄 국적의 25세 남성이 무함마드 만평을 그린 샤를리 에브도에 복수하겠다며 흉기를 휘둘러 2명을 다치게 했다.
이달 16일에는 중학교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역사·지리 교사가 체첸 출신 18세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당했다.
교사 참수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유사한 잔혹 사건이 발생하자 프랑스는 대테러 안전 경보를 최고 단계로 끌어올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다시 한번 공격을 받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가치, 자유, 이 땅에서 자유롭게 믿고 테러에 굴하지 않는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 갈등 커지는 지구촌…유럽·이슬람권 '문명충돌' 치닫나
이번 사건은 유럽 국가들과 이슬람권 국가들의 문화적 갈등이 부각되는 형국에 불거졌다.
교사 참수 사건에 대한 프랑스의 강경 대응 방침과 그에 대한 일부 이슬람권의 불만이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참극의 원인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풍자도 표현의 자유"라며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법보다 우위라고 주장하는 사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일부 지도자들이 '이슬람을 모독한다'며 독설로 대항하면서 불화가 더 심각해졌다.
중동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와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프랑스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 등이 목격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은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을 전폭 지지해 문화적 전선이 형성되는 듯한 우려마저 나온다.
IS는 종교갈등을 부추겨 자신들의 세력을 확대하려고 기독교인과 관련 시설을 전략적 표적으로 삼기도 했다.
유엔은 만평, 파리 교사 참수 뒤 이어지고 있는 서방과 이슬람권의 갈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유엔문명연대(UNAOC) 대표는 "만평에서 시작된 갈등과 무관용 사태를 깊이 우려한다"며 "다양한 신념에 대한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니스 성당 테러 직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큰 우려 속에 테러를 규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인들은 우리의 가장 오랜 동맹국(프랑스)과 이 싸움에서 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급진적 이슬람 테러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프랑스이건 아니건 어떤 나라도 그런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이웃 유럽국가뿐만 아니라 이슬람권 주요국인 사우디아라비아, 터키도 이번 테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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