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가, 국회 대정부 질의 첫날, 정해진 답변으로 일관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소신표명 연설내용 되풀이
학술회의 논란엔 "추천한 대로 임명 이유 없어"견해 고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28일 각 당 대표의 대정부 질의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정해진 답변을 이어갔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임시국회 사흘째인 이날 중의원(하원)에서 각당 대표의 질의에 응했다.
일본 국회는 개원 후에 행정 수반인 총리를 출석시킨 가운데 사흘 간 주요 정당 대표가 나서는 대정부 질의를 진행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선 28∼29일 중의원, 29∼30일 참의원의 질의 일정이 잡혔다.
스가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 응하는 데뷔 무대인 이날 질의 세션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을 보이면서 이틀 전의 개원식에서 행한 소신표명 연설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한일 관계와 관련한 외교방침을 묻는 말에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건전한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소신표명 연설 내용을 되풀이했다.
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선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생각"이라고 했다.
소신표명 연설에서 '결의'라고 했던 표현이 '생각'으로 바뀌었을 뿐, 전체적인 답변 문구는 소신표명 연설 내용과 같았다.
스가 총리는 미국, 러시아, 중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일본의 주요 외교 상대에 대해서도 소신표명 연설에 포함했던 내용을 반복해 읽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외교뿐만 아니라 개헌 등 내정에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서도 스가 총리는 소신표명 연설을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답변서를 담담하게 읽었다.
이 와중에 의원석에선 간간이 야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날 질의에선 스가 총리가 소신표명 연설을 통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 논란을 놓고 뜨거운 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소신표명 연설에서 다루지 않은 이슈에 대해선 그간 표명했던 입장을 답습하는 수준의 답변이 적힌 원고를 무미건조하게 읽어내려가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스가 총리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 의견을 밝혀온 일본학술회의 회원 6명의 임명을 거부해 학문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과 관련해 "반드시 (학술회의 측이) 추천한 대로 (총리가) 임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정부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특정인의 임명을 배제한 이유에 대해선 추천된 후보들의 출신과 대학이 편중된 것을 고려해 판단했다면서 정당한 결정이었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계속되는 질의 세션에서 이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질의에 나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스가 총리가 "(추천) 명부를 보지 않았는데 자신이 판단했다고 하는 지리멸렬한 답변을 했다"며 "물러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스가 총리는 소신표명 연설에서 내걸었던 '2050년 탈(脫) 탄소 사회 실현'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이날 답변을 통해 밝혔다.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 처분 문제에 대해선 "언제까지나 방침을 결정하지 않고 미룰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정부가 책임지고 처분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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