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어디서 타게 되나…'병원 vs 약국' 갈등
의사 "의학적 필요와 환자 사생활"…약사 "약국은 사생활 못 지키나"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정부가 낙태 시술 방법으로 약물 요법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입법 예고하자 낙태약 조제권을 두고 의료계와 약사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술 방법으로 수술만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낙태 정의 규정을 약물이나 수술 등 의학적 방법으로 구체화해 시술 방법 선택권을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유산을 유도해 이른바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미프진은 태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고 자궁을 수축해 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이다.
28일 의약계에 따르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의사단체는 복지부에 낙태약은 의약분업의 예외로 두고 의사 직접 조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들은 약물 낙태는 투약 결정부터 유산의 완료까지 산부인과 의사의 관리하에 사용해야 안전하다고 봤다.
약사법 제23조 4항에 따르면 의학적 필요와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는 의약분업 예외 약품 지정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낙태약 조제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의사단체는 약국에 낙태약이 유통될 경우 관리 부실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회장은 "병원에 들어온 약은 나갈 때까지 알 단위로 정확히 관리가 된다"면서 "만일 낙태약이 전국 약국에 깔리면 도매상이 유통하는 과정이 철저히 관리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약사회(약사회)는 낙태약에 대해서만 의약분업 원칙에 예외를 허용할 이유는 없다며 반기를 들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분업이라는 대의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낙태약에만 예외를 적용하는 건 지나치게 자의적인 기준이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의 사생활 보호 목적이라는 논리로 가면 그 어떤 질병도 환자의 사생활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약사도 환자의 사생활을 지킬 의무가 있는데 왜 병원에서만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응급 사후피임약 처방이 엉뚱한 과에서 이뤄지거나, 심지어 남성이 방문해도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걸 보면 병원에서의 약물 관리가 안전성을 담보한다고 볼 수도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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