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박물관 '코로나 재정난'에 소장품 대거 경매 내놔
이스라엘 대통령 나서 '만류'…비판 여론에 일단 연기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예술 박물관'이 재정난을 이유로 값진 유물을 대거 영국 소더비 경매에 내놨다고 현지 언론들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박물관이 소더비에 내놓은 유물은 모두 268점으로 전체 소장 규모의 5%에 해당한다.
경매에 부치기로 한 유물 가운데는 가치가 약 60만 달러(7억원)로 평가되는 조지 4세의 시계를 비롯해 15세기 오스만 제국의 황금 투구, 무굴 제국의 보석 호리병 등이 포함됐다.
현지 언론들은 박물관이 내놓은 유물의 총 낙찰가를 최고 950만 달러(약 107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 박물관의 나딤 셰이반 소장은 지난달 경매 계획을 밝히면서 영국 더타임스에 "유물 한 점, 한 점을 세심히 살펴 매우 어려운 결정을 했다"라며 "박물관 문을 닫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람객이 사실상 없어진 것이 경매에 소장품을 내놓기로 한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25일 성명을 내 "이스라엘과 중동의 보물인 이들 유물이 팔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텔아비브 대학교 미술관의 세피 헨들러 관장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문화 스캔들이다"라며 "경매를 막기 위해 무슨 수라도 써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더타임스는 "박물관은 사업을 유지하려면 유물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박물관의 재정은 튼튼하고 경매에 나온 유물의 상당수가 저장고에 있던 게 아니고 주 전시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라고 전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소더비 측은 27일과 28일로 예정됐던 경매를 박물관 측의 요청에 따라 일단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 문화부가 최근 박물관 측에 경매에 내놓은 유물의 소유권과 관련한 서류를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27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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