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대목 다가오는데…코로나 규제강화에 반발 격화
'준봉쇄' 수준 새 규제 이탈리아, 시위대와 경찰 충돌
식당 영업 오후 6시까지 제한에 "식당들 끝장날 것"
체코·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가도 규제강화…"코로나19 진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유럽국가들이 야간통금과 영업제한 등 고강도 규제에 나서면서 반발도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준봉쇄' 수준의 새 규제에 반발한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는 이탈리아는 이날부터 식당과 술집의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제한하고 영화관과 극장, 헬스클럽, 나이트클럽, 도박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폐쇄하는 등 규제를 추가 시행한다.
새 규제는 식당에 특히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이탈리아인이 저녁식사를 일러야 오후 7시 30분부터 먹기 때문에 식당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하면 코로나19 대유행에 이미 수익이 줄어든 상당수 식당이 완전히 망하게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이탈리아 북부 오데르초의 한 레스토랑 주인은 AFP통신에 "규제들이 우리를 끝장낼 것"이라면서 "우리 손님들은 주로 저녁이나 주말에 온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까지 포함에 이달에만 네 번이나 방역대책을 내놨다.
지난 7일에는 실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으며 14일에는 실내외 파티를 금지하고 식당과 주점 영업시간을 자정까지로 제한했다. 18일에는 아마추어 운동경기와 지역축제를 제한하는 세 번째 규제를 발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크리스마스를 지키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다는 입장이지만 네 번째 규제에 반발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밀라노에서는 시위대가 트램을 훼손하고 거리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으며 경찰에게 병을 던져 경찰이 최루가스를 발포해 대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토리노에서도 일부 시위자가 경찰에 병을 던지고 돌로 상점가 상가의 창문을 깨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토리노 중심부인 카스텔루광장에서 시위대를 해산하고자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이날 카스텔루광장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기 전 택시 300여대가 줄지어 서서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사라지며 입은 피해에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는 새 규제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재확산에 규제를 강화한 건 이탈리아만이 아니다.
체코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24일 본토 54개 주(데파르망)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확대했다.
슬로베니아는 26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과 국경을 닫았으며 유럽에서 코로나19 감염률이 가장 낮은 편인 노르웨이조차 최근 모임 관련 제한을 강화했다.
유럽이 코로나19 진앙으로 다시 떠오르는 상황이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26일 "현재 유럽지역이 코로나19의 진앙이라는 데는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코로나19 확진자는 862만8천여명, 사망자는 25만2천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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