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즐기는 '차박'…경북도의 새로운 도전
개별 활동 위주 프로그램…책임감 있는 여가문화 조성
이철우 지사 "코로나시대 새로운 관광 역량 키우겠다"
(상주=연합뉴스) 윤지현 기자 =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캠핑장에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과 캠핑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차박(자동차+숙박)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24~25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자체 주최로 열린 '경북도 차박 페스타' 현장이다.
◇ 무전기 들고 떨어져서 체험활동…거리두기 지키는 축제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진 오후 4시께가 되자 대부분 차량이 캠핑장 곳곳에 띄엄띄엄 자리를 잡았다.
캠핑장 수용 가능 규모 대비 적은 인원만 사전 신청을 받아 상대적으로 공간이 여유로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속되는 상황인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자는 취지다.
참여자들은 본 행사 시작에 앞서 자차 주변에 캠핑 채비를 마치고 가볍게 주변을 산책하며 자연경관을 만끽했다.
축제에 참여한 김 모(51) 씨는 "바로 앞에 강이 펼쳐져 있어 가슴이 탁 트인다"며 "화장실과 샤워실, 수도 등 기본적인 시설도 잘 갖춰져 차박하기에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저녁이 되자 행사장 중앙에 준비된 대형 캠프파이어에 불이 올랐다. 여기에 지역 공연 예술가의 버스킹 공연까지 어우러져 흥을 더했다.
이튿날 오전에는 수상레저와 도보여행 등 주최 측이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무전기와 방송을 이용한 녹나무(캄포) DIY(직접 만들기) 수업이었다.
사전에 준비한 작업 재료를 받아 각자 공간에서 무전기로 작업 내용을 주고받으며 도마를 만들어보는 식이다.
활동에 참여한 이 모(11)양은 "선생님을 직접 보면서 할 수 없어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텐트에서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보니 색다르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 쓰레기·주차난 '차박의 그늘'…지자체 축제가 대안 될까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차를 몰고 나섰다.
내 차, 내 텐트만이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여겨지면서 바야흐로 '차박 대중화'의 시대가 열렸다.
몇 년 전부터 차박을 즐겼다는 이 모(46) 씨는 "예전에는 이 정도 날씨면 차박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요새는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며 "코로나19 이후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박이 늘면서 이른바 '차박 성지'로 유명해진 지역은 캠퍼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에 시름 했고, 인근 지역에 차량이 몰리면서 주차 문제도 야기됐다.
거리두기를 위해 나서는 차박이지만 실상 캠핑장에 가보면 여럿이 모여 술상을 벌리는 일도 문제다.
이 씨는 "차박 경험이 짧은 사람 중 민폐가 될 만한 행동을 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함께 캠핑을 하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경북도가 직접 나서 차박 캠핑족을 축제 방식으로 모으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주최 측에서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차박 문화를 유도할 수 있고 참여자들도 조금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가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안전 진행요원을 두고 프로그램도 내실 있게 준비했다"며 "경북을 찾는 차박 캠퍼가 늘어나는 만큼 계속해서 수요에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차박 메카' 노리는 경북도…"환영받는 차박 만들겠다"
경북도는 이번 차박 축제에 앞서 '차박하기 좋은 지역 여행지'를 선별해 대중에게 알리고 생태·체험·휴식이 어우러진 차박 관광 확산에 박차를 가했다.
경북도에서 인기 있는 차박 여행지로는 주로 동해안이 꼽힌다.
포항 도구해수욕장, 경주 나아해변, 영덕 고래불 국민야영장 등지는 이미 차박 캠핑족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내륙 지역에도 아직 관광객들에 닳지 않은 신선한 여행지가 많다. 이번에 축제가 열린 상주보오토캠핑장을 비롯해 경주 토함산 능선이나 군위군 화산산성, 영양읍 무창리와 수하마을 등도 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경북도는 코로나19 초기 발생 진원지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관광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앞으로도 차박 축제를 꾸준히 개최하며 건전한 차박 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도에는 차박을 즐길 만한 명소가 곳곳에 숨어있다"며 "앞으로 차박 문화를 경북도의 새로운 관광 동력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y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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