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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D-10]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사전투표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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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D-10]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사전투표 사상 최대
"사전투표 절반 넘을 것" 전망…보편적 우편투표는 정치권서 논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올해 미국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우편투표의 파급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전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속에 선거가 치러지면서 투표소를 찾아 표를 행사하는 전통적 현장투표가 건강에 대한 위협으로 떠올랐고 그 결과 여러 주(州)들이 그 대안인 우편투표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 사전투표 절반 넘을 것으로 예상…이미 2016년 대선 수준 넘어서
올해 대선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우편투표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올해 37개 주에서 치러진 대선 및 주 선거의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우편투표가 전체 투표의 과반(50.3%)을 차지한 것으로 최근 분석했다. 총 5천300만 표 가운데 2천660만 표가 우편투표였다는 것이다.
이는 2016년 대선의 우편투표율 24.9%, 2018년 중간선거의 우편투표율 27.4%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우편투표의 증가는 수년간의 추세이기는 하지만 올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코로나19사태 속 현장투표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과 주 정부들이 취한 조치의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우편투표에 조기 현장투표를 합친 사전투표 현황은 기록적이다.
선거 정보를 분석하는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대선일을 11일 앞둔 23일까지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약 5천만명을 넘어섰다. 2016년 대선 당시의 전체 사전투표 참가자 4천701만5천여명도 이미 앞질렀다.
이날 오전까지 5천152만1천여 명이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총 등록 유권자의 약 21%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편투표가 3천575만3천여 표, 조기 현장투표가 1천576만7천여 표다.
2016년 대선 때 전체 투표수가 1억3천700만 표였던 것에 비춰보면 이미 37.6%가 사전투표로 표를 행사한 셈이다.
다만 미국선거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플로리다대학 마이클 맥도널드 교수와 다른 전문가들은 올해 총 투표 수가 1억5천만 표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도 이처럼 높은 사전투표 열기가 11월 3일 대선 때 기록적인 투표율이 나올 수 있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 종류도 많은 우편투표…논란의 대상은 '보편적 우편투표'
우편투표는 말 그대로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보내 참정권을 행사하는 투표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주마다 제각각인 제도 때문에 우편투표도 여러 종류로 나뉘고 정치인들조차 이를 혼용해 쓸 정도다.
우선 부재자 투표가 있다. 우편투표의 시초라 할 제도로, 선거일에 투표장에 갈 수 없는 유권자가 신청 양식에 사유를 기재해 주에 우편투표 용지를 요청해야 한다. 주가 투표용지를 보내주면 유권자는 여기에 기표한 뒤 이를 우편으로 부친다.
무조건(no-excuse) 부재자 투표도 있다. 이는 유권자가 사유를 밝히지 않아도 부재자 투표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게 보편적 우편투표다. 등록 유권자 전원에게 우편투표 용지를 일괄 발송하는 방식이다.
콜로라도·하와이·오리건·유타·워싱턴주가 이를 시행해 왔는데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캘리포니아·네바다·뉴저지·버몬트주와 워싱턴DC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브루킹스연구소 내 거버넌스연구소의 대럴 웨스트 소장은 이 보편적 우편투표를 일컬어 "가장 논쟁적인 범주"라고 지적했다.
미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쟁 거리가 된 우편투표가 바로 이 보편적 우편투표다.


◇ 공화당이 우편투표 반대하는 이유는…"사기 개입 쉬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이 보편적 우편투표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공화당은 우편투표가 확대되면 선거 시스템이 넘쳐나는 우편투표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보편적 우편투표는 사기가 개입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웨스트 소장은 오리건주처럼 이미 오랜 보편적 우편투표 경험이 있는 주는 이와 관련된 사기가 거의 없었다면서도 네바다·뉴저지주처럼 올해 처음 보편적 우편투표를 하는 주에서는 '서명 인증'이 이슈가 되면서 향후 소송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선거 캠프에서는 '투표용지 싹쓸이'를 우려한다. 이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개인·집단이 노인 등 취약한 유권자들로부터 우편투표 용지를 대량으로 수거한 뒤 이를 한꺼번에 투표소에 제출하는 수법을 일컫는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올해 보편적 우편투표를 도입한 주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부정확한 등록 유권자 명부가 투표용지 싹쓸이 관행과 맞물리면 선거 부정 위험이 악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우편투표에서는 이미 사망한 유권자나 자격 없는 유권자, 업데이트되지 않은 유권자 등에게도 모두 투표용지가 발송되고, 누군가 이를 대량 수거한 뒤 원하는 후보자에 기표해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에도 뉴저지주 패터슨에서 열린 시의회 선거에서 이런 투표용지 싹쓸이가 벌어져 4명이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결국 선거를 다시 치렀다.
밑바닥에는 이런 표면적 이유와 달리 우편투표의 확대가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란 미 정치권의 통념이 깔려 있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부재자 투표를 많이 해왔다. 그런 가운데 우편투표의 확대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높인다는 것이다.
또 투표 참여는 통상 공화당 성향의 부유하고 학력이 높은 유권자들에서 더 높았기 때문에 투표의 문턱을 낮추는 조치는 민주당에 유리해진다는 시각도 있다.
미 언론들은 우편투표의 진짜 문제는 조금 다른 지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폭스 뉴스는 우편투표를 치르는 주들에 가장 큰 걱정은 "아마도 악의적인 사기보다는 우발적인 참정권 박탈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명이 없는 투표용지, 또는 등록된 서명과 투표용지의 서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또는 투표용지의 지연 도착 등으로 투표를 하고도 유효표로 인정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선거 전문가들은 속임수보다는 거부되는 투표용지와 유효표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유효표 인정 여부를 둘러싼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NYT는 "이는 모두 11월 3일이, 선거일 밤 대통령이 정해지지 못하고 몇 주 뒤 대법원 판결로 결정된 2000년 대선과 닮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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