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지친 콜롬비아 원주민들, "대통령 만나겠다" 상경 시위
치안 대책 등 요구하며 수천 명이 버스·트럭 타고 600㎞ 이동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끊이지 않는 강력범죄 등에 지친 콜롬비아 원주민 수천 명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수도 보고타로 몰려왔다.
1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와 EFE통신 등에 따르면 8천 명가량의 원주민 시위대가 이날 보고타를 행진하며 이반 두케 대통령과의 공개 면담을 요구했다.
단체 행동을 뜻하는 원주민 단어 '밍가'로 불리는 이들 시위대는 대부분 콜롬비아 남서부의 카우카주에서 며칠 전 출발한 후 시내버스와 트럭 등을 타고 600㎞를 이동해 전날 보고타에 도착했다.
원주민들이 대규모 상경 시위에 나선 데엔 원주민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치안 악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카우카는 옛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잔당과 '최후의 반군' 민족해방군(ELN), 마약 조직 등의 영역 다툼으로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다 피살되는 일도 잦다. 올해 카우카에서 살해된 원주민들이 76명에 달한다고 원주민 단체는 전했다.
원주민들은 2016년 정부와 FARC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실질적인 평화는 요원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원주민 보호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한다.
시위에 동참한 에메르손 칠게소는 EFE에 "우린 돈을 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카우카 모든 마을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두케 대통령과 직접 만나 대책을 요구하길 원했으나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단체로 보고타로 올라온 것이다. 두케 대통령은 정책 관련 토론은 의회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공개 면담을 거부한 채, 장관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신 보낸 바 있다.
원주민 시위대는 오는 21일 노동조합과 학생단체 등이 예고한 반정부 시위에 동참할 예정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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