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부정 정국혼란 키르기스, 대통령 사임 후 급격히 안정화
"시위대 해산, 비상사태도 해제"…야권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맡아
"12월 총선 재선거, 내년 1월 조기대선 예정"…유혈사태 피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총선 부정 논란으로 정국 혼란을 겪던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상황이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의 자진 사퇴 발표 이후 급격히 안정화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내무부(경찰)는 16일(현지시간) 수도 비슈케크에서 벌어지던 시위가 중단됐고 참가자들은 모두 해산해 지방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비슈케크의 긴장이 해소됐고 상황은 안정화됐다고 내무부는 덧붙였다.
알마즈벡 오로잘리예프 내무차관은 "의회가 (대통령이 내린) 비상사태 도입령도 취소했으며 이에 따라 통금도 해제됐다"면서 "오늘 저녁까지 검문소와 군사장비 등이 철수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제엔베코프 전 대통령은 앞서 이달 9일과 12일 두차례에 걸쳐 비슈케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배치했었다.
제엔베코프는 야권의 총선 불복 시위 11일째인 전날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나는 권력에 매달리지 않는다. 키르기스스탄 역사에 피를 흘리고 자국민에 총을 쏜 대통령으로 남고 싶지 않다"며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엔베코프 사임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예정이던 의회 의장 카나트 이사예프는 이날 의회 비상회의에서 권한대행직을 고사한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에 따라 헌법상의 권력 서열 3위인 사디르 좌파로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게 됐다.
좌파로프는 이달 초 야권 시위과정에서 수감 중이던 구치소에서 풀려나 전격적으로 총리에 임명된 야권 대표다.
좌파로프 총리는 임시로 구성된 내각을 이끌며 총선 재선거와 조기 대선을 치러 정국을 안정 궤도로 돌려놓아야 하는 책무를 맡았다.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조기 대선이 내년 1월, 총선 재선거는 올해 12월에 실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법상 조기 대선은 대통령 사임 후 3개월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6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에서 2017년 취임한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당초 2023년까지 재임할 예정이었다.
지난 4일 치러진 키르기스스탄 총선에선 제엔베코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과 친정부 성향 정당들이 9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잠정 개표 결과 나타났다.
하지만 야당 지지자 수천 명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수도 비슈케크와 주요 지방 도시들에서 저항 시위를 벌였다.
총선 다음날인 5일부터 시작된 야권의 불복 시위는 전날까지 계속됐고,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야권의 퇴진 압박에 밀려 결국 조기 사임했다.
이로써 제엔베코프의 퇴진 거부와 야권 시위 강경 진압시 우려되던 유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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