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2045년 국가채무비율 99.6% 되면 신용등급 2단계 하락"
"채무비율 1%p 오를 때 신용등급 0.03단계 하락"
"스페인·아일랜드 사례 참고해 국가재정 관리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빠르게 증가한다면 2045년 국가신용등급이 지금보다 2단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 세계 41개국을 대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다음 해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국가신용등급이 0.03단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전망대로 2045년 국가채무비율이 99.6%까지 오른다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2단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경연은 전망했다.
한경연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로 40%를 돌파하면서 이러한 전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까지 GDP 대비 36% 수준을 유지하던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3.9%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발표한 장기재정 전망에 따르면 2045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99.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국가 채무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리한 재정지출로 신용등급이 급락했던 일부 유럽국가 사례를 들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스페인은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쳤고, GDP 대비 39.4%에 불과했던 국가채무비율이 2012년 85.7%까지 뛰었다.
그 결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은 AAA에서 BBB-로 9단계 떨어졌다.
국가신용등급이 최상위권에 속했던 아일랜드도 정부가 2008년부터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자 2010년 한해에만 GDP 대비 29.7%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국가채무비율은 2007년 23.9%에서 2011년 111.1%로 급등했고, 국가신용등급은 같은 기간 7단계 떨어져 BBB+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독일은 엄격한 재정관리로 국가신용등급을 현재까지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독일은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채무비율이 2년간 16.8%포인트 오르자 헌법에 균형재정 유지 원칙과 신규 국가채무발행 상한선(GDP 대비 0.35%)을 명시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도 최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각각 60%, -3%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재정준칙 도입안을 발표했지만 채무비율 상한선이 지나치게 높고, 제재수단도 없어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면 국가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해 국가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재정 건전성이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연은 1인당 GDP, 물가 상승률, 경상수지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국가신용등급과 음(-)의 상관관계, 1인당 GDP와 경상수지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우리나라는 미래에 복지지출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준칙안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가재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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