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풀려난 마지막 佛인질 '마마 소피'…"또 일하러 가야죠"
아프리카 말리 북부 보육원에서 구호 활동하다 2016년 12월 납치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나는 아주 괜찮아요. 의사가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대요. 몸무게가 줄고, 치아를 4개 잃었지만요. 약간 결함이 있는 이 몸을 빨리 회복해서 다시 일하러 가야죠."
아프리카 말리에서 아동 구호 활동을 하다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납치돼 4년 가까이 억류돼 있었던 소피 페트로냉(75)은 다소 수척했지만 기운차 보였다.
잡혀있는 동안 학대를 당하지 않았고, 갇혀 있는 곳 주변을 산책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한 페트로냉은 인질로 잡혀간 기간 "조금 길었다"면서도 잠시 "피정"을 떠난 것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내가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항상 갖고 있었어요. 죽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를 찾아올지 모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 자신에게 늘 말해왔습니다."
RTL 라디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페트로냉은 2016년 12월 24일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북동쪽으로 1천200여㎞ 떨어진 가오에서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풀려나 9일(현지시간) 파리로 돌아왔다. 그는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프랑스인 인질이었다.
프랑스 보르도 출신의 영양학 전문의 페트로냉은 2000년 아프리카 등 열대 지방 특유 질병에 관심을 갖게 돼 이듬해 2001년 말리 가오로 이주했다.
페트로냉은 새로 지은 집을 보육원으로 쓰면서 말리의 배곯는 아이들을 돌봤고, 2003년에는 작은 구호단체를 설립했다.
2012년 4월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 무장단체가 가오를 점령했을 때 가까스로 탈출한 그는 알제리로 거점을 잠시 옮겼다가 다시 가오로 돌아갔다.
페트로냉을 납치한 세력은 사하라 사막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무슬림 지원그룹(JNIM)으로 추정된다. JNIM이 2017년, 2018년 공개한 영상에서 페트로냉은 프랑스 대통령에게 구출을 호소했다.
이달 5일 어머니의 석방 소식을 듣고 7일 바마코로 날아와 꼬박 이틀을 뜬눈으로 대기했던 아들 세바스티앙은 공항에서 페트로냉을 보자마자 "엄마, 엄마"라고 외치며 달려가 그를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세바스티앙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페트로냉이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내내 어머니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페트로냉은 말을 할 때마다 사라진 치아가 허전한지 스카프로 입을 자주 가리곤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 인근 공군기지로 직접 마중 나가 페트로냉을 맞이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말리 당국에 감사하다"며 "사헬에서 테러와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말리를 포함한 사하라사막 이남의 사헬 지대는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무장조직들이 세력 확장을 꾸준히 시도하는 지역이다.
프랑스는 사헬 지대를 유럽으로 유입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으로 보고 2013년부터 병력을 투입해 테러 격퇴전을 벌이고 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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