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노동법 개정반대 시위 격화…물대포·최루탄 동원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노동법 개정 등을 골자로 한 '옴니버스법' 반대 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격화되자 경찰이 물대포와 고무탄, 최루탄을 동원했다.
8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가 5일 밤 70여개 법률 1천200여개 조항을 일괄 제·개정하는 905쪽 분량 옴니버스법을 통과시키자 노동자·학생·시민운동가들이 사흘 연속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옴니버스법을 '고용창출법'이라 부르며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치, 규제개혁을 위한 핵심 내용을 담았다고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퇴직금 감축과 최저임금 산정방식 변경, 무기한 계약직 허용, 외주 업무범위 제한 삭제 등이 경영자에게는 '고용 유연화'로 유리하지만, 근로자들에게는 광범위한 노동권 침해를 가져왔다고 반발한다.
환경단체들도 투자 규제 완화로 삼림 등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시위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시위대가 자카르타 대통령궁 앞으로 집결을 시도하자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해산시키려 했다.
경찰은 대통령궁과 의회 주변 대규모 집결을 막기 위해 브카시 등 수도권에서 자카르타로 들어오는 주요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했고, 대통령궁과 이어지는 자카르타 시내 도로도 곳곳을 차단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날 자카르타에 있지 않고, 경작지 개발사업을 시작한 보르네오섬 중부 칼리만탄을 방문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에서도 시위대 해산을 위해 경찰이 물대포를 쐈고, 수마트라섬 메단시 의사당 앞에서는 시위대가 돌을 던지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포했다.
이들 도시를 포함해 인도네시아 1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열렸고, 북말루쿠에서는 '옴니버스법 통과는 국회의 사망과 같다'며 시위대가 관을 들고 장례식을 열었다.
앞서 이틀간 시위에서 400명 이상이 체포됐고, 학생 두 명이 머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입원했다.
시위 첫날인 6일 서부 자바주 반둥에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고, 7일에는 수마트라섬 팔렘방에서 칼과 같은 흉기와 돌, 화염병을 소지한 시위대 180명 이상이 체포됐다.
같은날 중부 자바 스마랑 의사당 앞에서 시위대가 돌과 유리병, 폭죽을 던지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이들을 해산시켰다.
자카르타 외곽 산업단지가 있는 치카랑에서는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해 시위대 최소 6명이 다쳤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연맹(KSPI)이 예고한 전국단위 시위 마지막 날이라서 더 격화될 것"이라며 "시위대 집결 예상지 접근을 자제하고, 공장·기업 운영자는 경찰서와 연락체계 유지 등 안전확보에 신경 써달라"고 교민들에게 공지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