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깜짝 외출쇼'에 "지원인력 죽일라" 경호원·의료진 경악
주변 직원들 '무책임하다' 불만 토로
경호원 "신경쓰는 척도 않는다"
의료진 "대체 어른은 어디 갔는가"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인 4일(현지시간)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쇼를 강행한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꼭 하지 않아도 됐을 '깜짝쇼'를 위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동승했던 경호원 등 지원인력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호원과 의료진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을 인용, 이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의 월터 리드 군병원 밖으로의 외출이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한 일이지만, 놀랍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쾌유를 기원하며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날 차량을 타고 병원 밖으로 나와 마스크를 쓰고 뒷좌석에 앉은 채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든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지난 2일 새벽 자신과 부인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사실을 알린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늦게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해 3일째 병원 생활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에서 지루해했고, 그의 비서실장이 의료진과 달리 그의 건강에 대해 암울한 평가를 한 것과 관련,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경호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수행할 때 경호원들이 직면하는 건강상 위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관심해 보이는 데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원 중 일부는 '어떻게 병실 밖으로 외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이 그를 보호하는 요원들이 지게 되는 위험을 정당화할 수 있냐'고 반문하면서 격분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했던 행사에서 누구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추적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그가 얼마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등한시했는지 드러내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한 경호원은 깜짝 외출쇼 이후 "그는 이제 신경 쓰는 척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 비밀경호국 관계자는 "대체 어른은 어디에 있는 건가"라며 한탄했다.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동 전 트럼프 대통령과 지원인력에 대한 적절한 사전예방 조처를 했다"면서 예방 조처에는 개인보호 장비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리에 있는 위대한 애국자들을 깜짝 방문하겠다"고 밝힌 뒤 병원 밖으로 외출했을 당시 차 안에서 손을 흔들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료전문가들은 "마스크는 돕지만, 관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깜짝 외출쇼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제임스 필립스 월터 리드 군 병원 소속 의사 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완전히 불필요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출 때문에 차량에 탑승했던 모든 사람은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한다"면서 "그들은 병이 날 수도 있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한 정치쇼를 위해 그들의 목숨을 건 것"이라며 "이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 내부에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은 의료 처치를 할 때만큼 높다"고 덧붙였다.
조너선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병원 내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 같은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할 때 가운이나 장갑, N95 마스크 등 광범위한 보호장비를 착용한다면서 병원 밖으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호원들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외출쇼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했었다는 것을 자인한 뒤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선임보좌관은 "지금은 보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미국 대중과 해외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고,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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