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또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시위 참가자 10명 체포"
곳곳서 소규모 집회…엘시시 정권서 표현의 자유 크게 제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집트 내 여러 지역에서 25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소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와 AP 통신이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한 보안 관리는 이날 이집트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북부 항구도시 다미에타에서는 모스크(이슬람 사원) 집단예배가 끝난 뒤 수십명이 거리로 나와 엘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으며 남부 유적도시 룩소르에서는 화염병을 소지한 여러 명이 시위 계획 혐의로 체포됐다.
또 수도 카이로와 가까운 기자주(州), 지중해 연안 도시 알렉산드리아, 남부 도시 아스완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들이스트아이는 이날 이집트 전역 20여개 마을에서 시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도 기자주 등에서 엘시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소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최근 이집트 내 시위는 스페인에 망명 중인 이집트인 사업가 무함마드 알리의 촉구에 따른 것이다.
작년 9월 20∼21일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등 이집트 여러 지역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엘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다.
당시 알리가 온라인에서 엘시시 대통령과 군부의 만연한 부패를 비난하며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자 이집트 국민이 호응한 것이다.
이집트 정부가 시위 1주년을 앞두고 경계를 강화하면서 집회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억눌린 국민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집트에서는 엘시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아래 집회 및 표현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제정된 법에 따라 시위를 사실상 금지했으며 2017년 4월부터 테러 문제 등을 이유로 비상사태를 3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엘시시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이었던 2013년 7월 이슬람 운동단체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첫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하는 데 앞장섰고 2014년 대선을 통해 집권한 뒤 야권을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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