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싱가포르 10배 크기' 경작지 개발 사업 착수
코로나로 글로벌 식량 위기 우려…국방장관이 담당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구 2억7천만명의 인도네시아가 '식량 안보'를 지키겠다며 싱가포르 면적 10배 크기의 경작지 개발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24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등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14만8천㏊는 쌀 경작 논으로, 62만2천㏊는 옥수수와 카사바 등 다른 농작물 재배지로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보르네오섬 중부 칼리만탄과 수마트라섬 북부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하고, 이후 서파푸아, 동누사뜽가라, 남수마트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작지에 도로 연결, 인프라를 지원해 현대식 대형 농기계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전염병 사태와 떨어져서 보더라도, 기후변화 대응과 수입품 의존도 감축을 위해 식량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가 개발하려는 경작지는 전체 77만㏊ 규모로, 이는 싱가포르 국토면적(7만㏊)의 10배가 넘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6년 수하르토 정권 당시 보르네오섬 중부에 대규모 경작지를 개간하는 '메가 라이스 프로젝트'(Mega rice project)를 추진하다 환경 훼손 논란과 정권 교체로 중단했다.
인도네시아는 매년 많은 양의 쌀과 밀을 수입하기에 '식량 자급'은 현지 정치인들에게 오랜 화두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식량 위기 가능성이 대두하자 대규모 경작지 조성 사업을 지시했다.
특히 "국방은 무기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고, 식량 부문도 국방에 포함된다. 식량 문제는 안보의 영역"이라며 농림부 장관이 아닌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을 식량 개발 특임장관으로 7월 중순 지명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프라보워 장관과 함께 보르네오섬의 경작지 개발 부지를 직접 돌아보기도 했다.
환경 단체들은 경작지 개발 부지에 일반 토양보다 탄소저장량이 10배 이상 높은 이탄지(泥炭地·peatland)가 포함돼 있다며 환경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이탄지는 나뭇가지, 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퇴적된 유기물 토지를 말한다.
환경 단체들은 '원형 보존'을 주장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탄지를 버려두는 것보다 벼를 심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규모 경작지 조성사업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이달 8일 자카르타에서 프라보워 장관 회담 당시 남중국해 문제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식량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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