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독·영, 미 이란제재 복원 정면 반기…"법적 효력 없다"
공동성명 발표 "미, 이란핵합의 참가국 아니다"
러 이어 중국도 비판…미 제외 합의 체결 5개국 모두 반발
미, 불이행시 "대가" 경고 속 유엔총장 "제재 재부과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미국의 대(對)이란 유엔제재 전면 복원 선언과 관련,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이란 핵 합의(JCPOA) 서명국인 유럽 3개국(E3)도 "법적 효력이 없다"고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중국도 가세했다.
2015년 이란과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한 6개국 가운데 러시아에 이어 미국을 제외한 5개국 모두 미국의 이번 조치에 반기를 든 셈이다. 미국이 제재 시행 의무를 따르지 않는 나라들에 대한 '대가'를 경고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반발이 확산하면서 첨예한 대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E3는 20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재부과된 유엔 제재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들을 상대로 한 미국의 어떠한 독자 제재 부과 시도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국가는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2018년 5월의 이란핵합의를 철회해 더는 이 합의 참가국이 아니다"라며 "그 결과,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원국들에 전달한 통지 사항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러한 절차 및 그 결과에 근거해 취해지는 어떠한 결정이나 조치도 법적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 유럽 3개국은 "우리의 목표는 유엔 안보리의 권한과 온전함을 지키는 것"이라며 "E3는 2015년 이란핵합의를 지지한 안보리 결의 2231호를 완전하게 이행하는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핵 합의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으며 계속해서 그렇게 해나가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들 E3는 미국이 유엔의 이름으로 제재를 일방적으로 재부과할 수 있는 권한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에 이미 보낸 상태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미국의 주장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에 따라 유엔 제재가 재부과됐다고 선언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미국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유럽연합(EU)의 외교수장 격인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이란핵합의는 핵무기 비확산을 위한 국제적 체계의 핵심 기둥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역내 및 국제적 안보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권한에 따라, 무기 금수조치를 포함해 앞서 종료된 모든 유엔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냅백은 이란이 이란핵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완화한 제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유엔 회원국에 이러한 조치에 대한 의무 준수를 촉구한 뒤 "유엔과 회원국들이 제재 시행 의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은 국내의 권한을 활용해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이란의 해운 활동을 금지할 새로운 권한을 주장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걸프 지역 내 해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의 반발은 중대한 법적 충돌의 신호탄으로 작용, 자칫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미국의 공언대로 제재의 재부과를 둘러싸고 미국과 상당수 국가 간에 마찰이 격화되는 양상인 셈이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장쥔(張軍) 유엔주재 중국대사도 20일 유엔 사무총장 및 안보리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이란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만큼 더는 이 합의 참가국이 아니므로 스냅백 조항 적용을 안보리에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따라서 스냅백 조항은 발효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면서 중국은 이란핵합의의 효력 및 안보리의 권한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이란 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치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패배와 부정적 반응에 직면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의 압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협박에 치명적인 대응을 가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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