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독극물 '노비촉' 개발자, 중독 나발니에 "깊이 사죄"
"나발니 증세 1990년대 중독자와 유사…회복에 1년 걸릴 수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인 가운데, 그를 중독시킨 독극물로 알려진 '노비촉' 개발에 참여한 러시아 전문가가 19일(현지시간) 사죄의 뜻을 밝혔다.
러시아 RBC 통신에 따르면 화학자이자 노비촉 개발자 가운데 한 명인 빌 미르자야노프는 이날 러시아 반정부 성향 TV 채널 '도즈디'(비)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나발니가 중독된 물질 개발이란 범죄적 사업에 참여한 데 대해 나발니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부터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남은 모든 삶을 전쟁용 독극물 사용 반대 운동에 바치고 있다"고 전했다.
미르자야노프는 이어 "지난 1993년 노비촉 중독을 이겨낸 사람과 만난 적이 있다"면서 그가 묘사한 증상이 앞서 이날 나발니가 인스타그램에서 언급한 증상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나발니가 노비촉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칠판에 단어를 쓸 수 없는 나발니의 증세는 뇌에서 신체 기관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노비촉 성분이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 분리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나발니가 인내심을 키워야겠지만 결국은 건강해질 것"이라면서 "회복에는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나발니는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글과 사진을 올려 건강 회복 상황을 전하면서 독일 의사들이 자신을 '기술적으로만 살아있는 인간'에서 '현대사회의 최고존재형식(건강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바꿔 놓았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사람을 알아보고 다리를 떨긴 하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물을 마시거나 칠판에 단어를 쓰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후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7일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났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자국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연구소도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을 확인했다.
노비촉은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발니를 처음 치료한 러시아 병원과 당국은 그에게서 독극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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