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국가 조선"…日축구계 간부 발언 논란·협회는 '뒷짐'
사과 거부하고 사임…징계 안 하고 소극적 대응
과거에 축구 팬에 의한 차별 언동 반복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지역축구협회 간부가 재일조선인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는데 협회가 징계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1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효고(兵庫)현 축구협회 사무국장을 지낸 A씨가 재직 중 재일 조선인을 차별하는 발언을 했다.
A씨는 사무국장으로 재임하던 올해 3월 초 미키타니 겐이치(三木谷硏一) 효고현 축구협회장(당시 부회장)과 함께 고베(神戶)시의 한 음식점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만난 한 축구 지도자를 업무상 실수를 이유로 질책하다 문제가 될 발언을 했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이 지도자와 함께 있던 효고현 조선축구협회 간부가 보다 못해 말리려고 하자 A씨가 "조선, 덤벼라"라고 말하는 등 도발했다는 것이다.
조선축구협회 간부는 그다음 날 효고현 축구협회에 차별 발언을 들었다며 항의했고 올해 6월 하순에 정식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효고현 축구협회 임시 총회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이뤄졌는데 A씨는 당시 자신이 술에 취해 있었다면서 "납치국가, 반일국가인 조선이 싫다는 개인적인 것"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총회에서는 이 문제를 규율·페어플레이 위원회가 다룰 사안이라는 의견도 나왔으나 A씨가 올해 7월 초 '개인적 이유'로 사임해 아무런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협회 측은 적당히 무마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미키타니는 조선축구협회 간부를 만나 이 사건을 사적인 문제로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JFA의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협회 담당자는 '납치국가' 등의 발언이 있었던 6월 하순 효고현 축구협회 임시총회에 옵서버로 참석했고 상사에게 총회 내용을 보고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하지만 JFA 측은 효고현 축구협회가 대응할 사안이라며 '현시점에서는 조용히 지켜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JFA는 논란이 커지자 18일에서야 상세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면서 효고현 축구협회 간부에게 연락했다.
스하라 기요타카(須原淸貴) JFA 전무이사는 18일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JFA가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으나 JFA 차원의 대응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효고현 축구협회가) 적절히 대응하도록 의사소통을 했다. (JFA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현시점에서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축구계에서 차별적 언동 논란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는 일본 프로축구 J2(2부리그)에서 활동하는 북한 국가대표 출신 재일 코리안 리영직(25·V바렌 나가사키)의 트위터에 재일 코리안을 멸시하는 표현 등이 투고됐다.
2015년 11월에는 일본 프로축구 1부리그(J1) 우라와 레즈의 서포터를 자처하는 한 네티즌이 브라질 출신 선수 패트릭의 트위터 계정에 '흑인 죽어라'는 폭언을 올렸다.
2014년 3월에는 J리그 우라와 레즈와 사간 도스가 경기를 한 사이타마(埼玉) 스타디움의 관람석 출입구에 영어로 "JAPANESE ONLY"(일본인 외 사절)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구단이 무관중 경기 처분을 받았다.
그간 문제가 된 것은 축구 팬이 차별적인 언동을 한 것이었는데 이번 사건은 축구계 간부에 의해 벌어진 것이며 협회가 미온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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