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나토국가 폴란드·리투아니아와 국경 폐쇄"
대선 부정 정국혼란 와중…리투아니아 "자국 위기 책임 외부로 돌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대선 부정 논란으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웃 국가 리투아니아·폴란드와의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두 나라가 벨라루스의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친정부 성향 여성 활동가들의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며 리투아니아, 폴란드와의 국경을 폐쇄하고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 3개국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으로 나타난 지난달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대선 결과에 불복해 대규모 저항 시위를 벌이고 있는 벨라루스 야권을 지지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대선에서 루카셴코와 경쟁했던 여성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에게 도피처를 제공했다.
루카셴코는 "이웃 국가들이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베네수엘라 시나리오에 따라 벨라루스판 '과이도'(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찾아내 그녀(티하놉스카야)를 대통령으로 선포했다"면서 이 국가들이 벨라루스에 정치, 외교·금융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벨라루스와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이 우리가 아닌 남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쟁터로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리투아니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자국의 정신 나간 정치인들을 압박해 전쟁 동기를 제공하지 말도록 해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서방이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을 옛 소련권에 대한 세력 확장의 전초기지로 삼아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루카셴코는 최근 만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과 '연합국가' 방어를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잊혔던 (양국)군사훈련도 활성화했고 현재 서부 지역에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옛 소련 '형제국'인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9년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 조약을 체결한 뒤 국가통합을 추진해 오고 있다.
푸틴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 남부도시 소치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옛 소련권 국가들의 군사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등을 통해 외부 공세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뒤이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벨라루스를 방문해 루카셴코 대통령 등 벨라루스 측과 군사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폴란드와 접경한 벨라루스 서부 지역에선 지난 14일부터 러-벨라루스 연합훈련인 '슬라브 형제 2020'이 진행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리나스 린케비추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루카셴코는 자국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외부 세력에 돌리고 싶어한다"면서 "(벨라루스가) 군대의 절반을 국경수비로 돌리는 상황은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달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한 달이상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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