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시설 거부하는 노숙 난민들…그리스, 경찰력 동원 이주 개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그리스 당국이 화재로 전소된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캠프 체류자들을 새 임시 수용시설로 이주시키기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당국은 170여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모리아 캠프 주변 여기저기에서 노숙하고 있는 체류자들을 임시 수용시설로 옮기고 있다.
외신들은 이른 아침 경관의 재촉에 이불과 침낭, 그 밖의 가재도구들을 주섬주섬 챙겨 새 시설로 향하는 체류자들의 모습을 전했다.
그리스 최대 난민촌인 모리아 캠프는 지난 8∼9일 이틀 연속 발생한 대형 화재로 주거시설이 사실상 모두 파괴돼 1만명 이상의 체류자들이 거처를 잃고 길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됐다.
이에 그리스 당국은 모리아 캠프 인근에 급히 5천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임시 수용시설을 마련해 지난 13일 문을 열었으나 지금까지 입주자 수는 1천명 안팎에 불과한 상황이다.
체류자들 상당수는 레스보스섬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임시 시설 입주를 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현재까지 공권력을 동원한 사실상의 반강제 이주 집행에 체류자들의 강한 반발이나 저항은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임시 시설 입주자들은 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된다.
이미 입주한 이들 역시 코로나19 검사를 거쳤으며, 이 가운데 수십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별도 시설에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사법당국은 모리아 캠프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시설 격리 조처에 불만을 품고 캠프에 불을 지른 혐의로 아프가니스탄 출신 체류자 6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범행에 직접 가담한 4명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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