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검사도 못 잡는 후성유전 변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2만2천여 명 유전체서 수천 개 발견…"거의 모든 유전병에 영향"
미 마운틴 시나이 의대 연구진 논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는 후성유전 변이(epivariations)는 유전체 시퀀싱(서열 분석)을 해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후성유전 변이는, 유전성 질환을 유발하는 타고난 유전자의 발현 조절 이상이나 발현 침묵에 관여한다.
인간의 이런 후성유전 변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2만2천여 명의 유전체에서 수천 개 유형의 후성유전 변이와 결함을 발견했다.
후생유전이란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유전자 발현의 조절이 이뤄지는 걸 말하며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후성유전학이라고 한다.
미국 마운틴 시나이 의대의 앤드루 샤프 유전학 부교수 연구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인간 유전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수석 저자를 맡은 샤프 교수는 "질병을 일으키는 일부 유형의 돌연변이가 표준적인 DNA 검사에서 잡히지 않는다는 걸 재차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피험자 2만3천116명의 유전체에서 사이토신 염기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DNA 메틸화 특성을 분석해, 예상보다 많은 수천 종의 후성유전 변이를 찾아냈다.
DNA 메틸화는 염기서열이 달라지지 않은 채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 메커니즘의 하나다.
후성유전 변이는 또한 비정상적인 유전자 발현에 자주 관여했고, 다수는 유전 질환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발견된 후성유전 변이의 일부는, 유전자 발현 조절을 교란하는 염기서열의 드문 변이에서 기인했다.
하지만 약 3분의 1은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고 세포 표현 등을 건드리는 신체적 변이였다. 이런 후성유전 변이는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전에도 유전성 유방암과 대장암 등을 일으키는 후성유전 변이에 관한 연구 보고는 나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후성유전 변이가 암을 유발하는 건 매우 드문 사례로 여겼다.
연구팀은 "후성유전 변이가 잠정적으로 모든 유형의 유전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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