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ARM 인수, AP시장서 삼성전자 경쟁사 생기나
"엔비디아가 모바일로 사업확장해 삼성 파운드리사업에 긍정적"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005930]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 제품으로 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일단 삼성전자와는 사업 영역이 다르다.
ARM의 경우 애플, 퀄컴, 삼성 등에 반도체 설계 기술을 제공해온 회사로 모바일 디바이스의 95%가 ARM의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가 현실화할 경우 엔비디아가 ARM의 설계 기술력을 흡수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사업부와 퀄컴 등 하이엔드 AP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사가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AP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4% 수준으로 퀄컴, 미디어텍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엔비디아가 모바일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현재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주 기회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에도 엔비디아 차세대 GPU 생산 계약을 따낸 바 있어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
이 밖에 거래가 성사될 경우 엔비디아가 ARM의 설계 기술 사용료를 기존 대비 크게 올리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NH투자증권[005940] 도현우 연구원은 "ARM 기술력 흡수를 통해 엔비디아 칩 설계 핵심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며 "향후 타 업체와 비즈니스 협상 시 우월한 위치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거래가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인 만큼 업계에서는 실제 성사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각 나라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독점적 지위를 휘두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되면 중국 등이 반대 의견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앞서 네덜란드 NXP를 44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2018년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실패하기도 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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