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방선거 여당 크게 승리…"공천 주지사 후보 모두 당선"
주의회·시의회 선거서도 압도적 우위…야권 "부정·행정력 동원 결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에서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이 예상대로 크게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오전 현재(현지시간) 잠정 개표 결과에 따르면 18개 지역에서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통합 러시아당 공천 후보 12명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크렘린 성향의 후보들도 모두 당선권에 들어 사실상의 여당 후보가 모두 승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야당 후보는 통합 러시아당이 후보를 내지않은 서부 스몰렌스크주 1개 주에서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달 이상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극동 하바롭스크주와 이웃한 유대인자치구에서도 여당 소속의 로스티슬라프 골드슈테인 주지사 권한대행이 82% 이상의 득표율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하바롭스크주에선 지난 7월 초 야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의 전(前) 주지사 세르게이 푸르갈이 청부 살인 혐의로 구속된 이후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최근까지 이어져 이 같은 반정부 분위기가 이웃 유대인자치구의 주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예상외로 나타났다.
또 11개 지역 주의회 선거와 22개 도시 시의회 선거에서도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의 시의회 선거에선 공산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여당 후보보다 더 많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여당은 37개 의석 가운데 11석만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톰스크에선 또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 병원에서 치료 중인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진영 인사 2명이 시의회 의원에 당선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다른 시베리아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의 시의회 선거에서도 여당은 50석 가운데 22석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회기 때의 보유 의석 33석보다 크게 줄었다.
나발니는 지방선거에 앞서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와 노보시비르스크 등을 방문해 여권 정치인과 친정부 성향 사업가들의 부패 혐의를 조사하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길에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기 집권 길을 열어준 지난 7월 개헌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는 푸틴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의 평가를 가늠하는 중간 시험대였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경제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층 악화하면서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또 야권 운동가 나발니가 중독 증세로 중태에 빠진 사건도 여당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있었다.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는 독일 병원으로 옮겨진 지 18일 만인 지난 7일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 회복 중이나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나발니 측에선 누군가가 그를 독살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고, 독일 당국은 그가 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방선거 결과는 일단 푸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에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줬다.
이같은 선거 결과에 대해 야권은 크렘린궁과 여당이 각종 투표 부정과 행정력 동원을 통해 무리하게 만들어낸 결과라고 폄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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