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부담 고려한 탄소 비용 톤당 10만 달러 1천배 폭증
현 세대 비용 100달러 미만…"기후변화 상상 이상 오래갈 것"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의 사회적 비용으로 발표되는 수치들은 대부분 2100년 이후까지 고려하지 못하는데, 미래세대가 질 부담까지 포함하면 이 비용이 천 배 가까이 폭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현재 세대에는 CO₂ 비용이 톤당 100달러 미만이지만 CO₂ 배출이 기후변화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약 10만달러로 불어난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학에 따르면 지구물리학과 데이비드 아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장기적 관점에서 CO₂ 배출이 초래하는 인류의 비용을 계산한 '탄소 총비용'(ultimate cost of carbon)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발표했다.
현재 활용되는 '탄소 사회 비용'(social cost of carbon)은 현 세대가 CO₂ 배출로 미래에 입을 손해를 현재의 달러가치로 환산한 것으로, 기후변화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계산해 산출한다.
현재는 이런 탄소 사회 비용이 톤당 약 100달러 미만으로 산출되고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계산법이 '할인율'(discount rate)이라는 기본 경제원칙을 깔고있는 것으로,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100여년 뒤 미래에 나타나는 비용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CO₂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가 수십만 년 계속되는데 현세대만의 비용만 따지는 것은 결정적인 부분을 놓치는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지질학자의 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에서 할인율로 먼 미래의 비용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현재 배출되는 탄소 총비용은 지구 물리적, 경제적 시나리오에 따라 톤당 1만 달러에서 75만 달러에 달하고 중앙값은 1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아처 교수는 "기후 변화가 우리 세대보다 1천 배 이상 더 지속하기 때문에 탄소 총비용은 일반적으로 계산된 현재가치 비용보다 1천 배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이 정확한 탄소 비용을 산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부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인류가 1990년대에 프레온가스 사용을 중단한 뒤 오존층이 복원되는 것을 지켜보는 등 몇차례의 환경 회복 사례를 경험해 기후변화가 이런 사례와는 달리 장기간 지속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처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가 오염을 멈춰도 스스로 정화되지 않는 엉망인 상황, 이런 것이 나를 두렵게 한다"면서 "수은 오염이 생선회를 1만년 이상 독성을 갖게 하는 것처럼 기후변화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와 함께 갈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