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런던공항서 노숙자 된 호주 엄마와 세아이
호주 입국 항공기마다 승객 30명으로 제한
전세계 10만명 호주인 공항에서 발 묶여
항공사들은 돈 되는 일등석 우선 탑승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호주의 한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 때문에 어린 자녀 3명과 함께 영국 런던 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호주의 셰리 리처드슨은 지난 3일 14살과 11살, 1살의 세자녀를 데리고 호주행 카타르항공을 타러 런던 히스로 공항에 갔다 탑승이 불발돼 사흘 밤낮을 공항에서 보냈다.
호주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 비행기의 승객을 30명으로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호주는 지난 7월 코로나19 대책으로 국제선 항공기에 승객 제한을 적용하면서 세계 각국 공항에서 호주인 10만명의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런 분통 터지고 안타까운 사연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그는 5일자 게시글에서 "세 아이를 데리고 히스로 공항에서 노숙자로 지내는 중"이라며 "사흘째 내 눈앞에서 비즈니스 승객이 비행기에 타는 것을 쳐다보고만 있다"고 썼다.
그가 올린 페이스북 사진들에는 공항 의자로 추정되는 곳에서 엄마와 아기가 앉아있는 모습, 공항 바닥에서 아기가 수건과 겨울 옷가지 등을 덮은 채 잠든 모습 등이 담겼다.
리처드슨은 호주의 입국 제한 조치가 적용되기 전에 귀국 항공편을 예약해뒀지만 항공사의 탑승 순서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항공사들이 비즈니스 승객을 태우느라 탑승 마감 직전에 이코노미 승객은 퇴짜를 맞았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카타르항공은 호주행 승객 제한 때문에 하루에 태울 수 있는 승객수가 줄었다며, 리처드슨 가족은 오는 16∼17일 호주행으로 출국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탑승 순서는 개인적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지 티켓 등급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리처드슨의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영국 공항 당국과 호주 영사관 관계자 등이 지원에 나섰으며, 이들 가족은 현재 호텔에서 안전하게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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