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비 100억도 안 아깝다…외식업계 '일단 팔자' 생존 몸부림
대형브랜드는 할인 융단폭격…개인음식점은 '리뷰 이벤트'에 사활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벼랑 끝에 몰린 외식업계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거세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한 번에 100억원을 퍼붓는 총공세도 마다치 않고, 영세한 개인 음식점은 좋은 후기를 남기면 일종의 '덤'을 얹어주는 리뷰 이벤트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10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최근 1개월간 공식 앱에서 치킨을 주문하면 7천원을 할인해주는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이 기간 BBQ의 공식 앱 회원 수는 30만명에서 216만명으로 무려 186만명이나 급증했다.
이 행사는 BBQ가 가맹점의 부담이 없게 하겠다고 '공개 약속'을 한 채 진행됐다. 최근 BBQ 앱 신규 가입자가 사실상 이 이벤트를 겨냥했다고 보면 본사가 부담한 금액을 어림잡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앱 접속자가 몰려 회원 가입은 해 놓고 주문은 하지 못한 사례도 왕왕 있었다"며 "BBQ 본사 측이 실제 지출한 금액은 100억원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코로나19 매출 방어를 위해 한 번에 100억원 가까이 쏟아붓는 '할인 융단 폭격'을 벌인 셈이다.
BBQ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식 산업이 침체해 있으니 활력을 넣어보자는 차원이며 고객 사은의 의미도 있다"며 "가맹점주들은 도움이 많이 됐다며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브랜드도 '체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할인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커피전문점 커피빈은 회원 고객을 대상으로 음료 한 잔 구매 시 한잔을 더 주는 '1+1' 행사에 들어갔고, 할리스커피는 에그마요 메뉴를 주문하면 콜드브루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주기로 했다.
이처럼 본사의 '빵빵한'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개인 음식점은 배달 고객이 좋은 후기(리뷰)를 남기면 '덤'을 얹어주는 이벤트에 기대하고 있다.
주로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 앱 내 음식점 공지사항에 만족도 최상위를 의미하는 '별 5개'와 사진을 곁들어 후기를 남기면 음료수, 반찬, 치즈볼 같은 곁들이 메뉴를 무료로 주는 식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음식 배달 문화에 새로 등장한 '리뷰 스티커'로도 감지된다.
리뷰 스티커란 '리뷰 기다릴게요'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로, 배달 음식에 붙여 고객의 좋은 후기를 유도한다. 리뷰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에게 주는 '덤' 상품에 붙이기도 한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이 올해 6월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리뷰 스티커 판매량을 들여다봤더니 전년 동기보다 무려 455%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 관계자는 "리뷰 스티커는 지난해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상품"이라며 "이 때문에 올해 판매량 증가 폭이 더 가파르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 음식 배달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동안 이 같은 '할인 경쟁'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주문하는 외식 산업의 특성상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희대 일반대학원 조리외식경영학과 김민선 씨가 한국외식경영학회지에 기고한 논문 '배달외식 서비스의 품질 속성이 고객 만족 및 행동 의도에 미치는 영향'에서 소비자 3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7%는 '다른 배달 앱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면 이동하겠다'고 답했다.
김 씨는 "우수한 배달 외식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만족을 이끌어 재구매 또는 긍정적인 구전(口傳)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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