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당국 "실종 야권 인사 2명 우크라로 도주, 1명은 체포"(종합)
정권교체 추진 야권 '조정위원회' 인사들…야권 "당국이 강제출국시켜"
루카셴코 "개헌 뒤 조기 대선 치를수도"…야권인사 "당장 재선거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로 인한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실종됐던 것으로 알려진 3명의 야권 인사 가운데 2명이 우크라이나로 도주하고 1명은 국경에서 체포됐다고 현지 당국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벨라루스 보안당국이 이들을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시키려다 1명은 출국시키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벨라루스 대선 불복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야권 단체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 3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 마리야 콜레스니코바는 수도 민스크 시내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모습이 목격됐고, 곧이어 조정위원회 공보서기 안톤 로드녠코프와 집행서기 이반 크라프초프 등도 연락이 두절됐다. 야권은 당국이 이들을 납치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국가국경위원회는 이날 로드넨코프와 크라프초프가 불법으로 벨라루스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출국했으며, 콜레스니코바는 체포됐다고 밝혔다.
위원회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로드넨코프와 크라프초프, 콜레스니코바 등이 오늘 새벽 4시께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의 차량검문소를 통해 출국을 시도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대변인은 "3명은 BMW 승용차를 타고 세관을 통과해 우크라이나 쪽으로 이동하다 국경수비대원을 보고는 자동차를 가속해 수비대원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콜레스니코바는 자동차에서 밖으로 튕겨 나왔고 다른 2명은 우크라이나 쪽으로 도주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콜레스니코바 체포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녀가 우크라이나로 도주하려다 출입국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콜레스니코바의 동료이자 조정위원회 위원인 막심 즈낙은 3명의 야권 인사들이 벨라루스를 떠날 계획이 없었다며 당국의 발표가 조작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우크라이나 지국도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벨라루스 보안요원들이 3명을 국경으로 데려가 강제 출국시키려 했으나 콜레스니코바가 자신의 여권을 찢어버려 출국시킬 수 없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로드넨코프와 크라프초프 등 벨라루스 야권인사 2명의 입국 사실을 전하면서, 이들이 강제로 출국당했으며 콜레스니코바는 스스로 강제 출국을 불가능하게 하는 행동을 해 우크라이나로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인테르팍스 통신의 보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달 9일 대선에서 26년을 장기집권해 오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시위대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야권 단체 조정위원회는 루카셴코에게 맞서 대선에 출마했다가 신변 안전 위협 때문에 리투아니아로 출국해 있는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제안으로 지난달 14일 창설됐다.
위원회는 루카셴코 퇴진과 재선거 실시를 추진해 오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조정위원회를 '권력 찬탈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경고했었다.
한편 루카셴코는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냥 이렇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사반세기 동안 벨라루스에 봉사했다"면서 야권의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내가 조금 오래 (권좌에) 앉아 있었던 것 같긴하다. 하지만 나만이 벨라루스인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개헌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으며 그 뒤에(개헌 뒤에) 조기대선을 실시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의회와 정부로 나누어주는 개헌을 실시한 뒤 조기 총선과 대선을 실시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와 관련 벨라루스 야권 인사 파벨 라투슈코는 개헌 후 조기대선 가능성을 언급한 루카셴코의 발언을 믿지 않는다면서 대선은 지금 당장 실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머물고 있는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동영상 호소문을 통해 유럽평의회의원총회(PACE)가 루카셴코 정권에 압력을 가해달라고 요청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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