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군에 사살된 11세 '반군' 소녀 2명…유엔, 조사 촉구
아르헨티나 국적 소녀들 사망…당국 "무장한 반군 조직원"
야권·인권단체 등 "민간인 사살 후 서둘러 매장"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파라과이 군과 경찰이 반군 캠프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국적의 11살 소녀 2명을 사살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ABC콜로르 등 현지 언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이 사망한 것은 지난 2일 군경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북쪽으로 370㎞ 떨어진 이비야우 지역에서 반군인 파라과이인민군(EPP)을 겨냥한 작전을 수행하던 중이었다.
EPP는 2008년 결성된 소규모 좌익 반군으로 마리화나 밀매나 민간인 납치 등을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들은 이날 작전의 유일한 사망자였다. 파라과이 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를 들어 이들의 시신을 서둘러 매장했다.
당시 마리오 아브도 파라과이 대통령은 "EPP 일부 조직원을 사살한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전했다.
파라과이 당국은 매장 전 부검 결과 숨진 이들이 15∼18세로 추정된다며, 사살 당시 이들이 수백 발의 탄약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EPP 지도부의 가족으로, 군을 향해 총을 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 정치범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들이 지난 4일 숨진 이들이 11살의 아르헨티나 국적자로, EPP 반군인 가족을 방문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도 사망자들이 11살의 자국민이라고 밝히며 사살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파라과이 정부는 시신을 다시 파내 부검했고 11살이라고 정정했다.
파라과이 외교부는 소녀들의 사망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EPP가 어린 아이들과 10대들까지 '인간 방패'로 동원하는 것을 비난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EPP 지도자가 자신의 자녀들을 방패로 내세워 도주 시간을 벌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군경이 사살 후 정확한 신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서둘러 매장한 것과 아브도 대통령이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평가한 점 등을 두고 야권과 인권단체 등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변호사 단체도 성명을 내고 "EPP 반군의 아이들이라고 해도 파라과이에서 벌어지는 (반군의) 계급 투쟁과 무관한 민간인이고 아르헨티나 시민"이라고 비판했다.
유엔도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남미 지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보호해야 할 두 소녀의 목숨이 사라진 심각한 사건"이라며 "공정하고 지체 없는 조사"를 하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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