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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저장 "좋은 자리" 차지하려 '전쟁' 벌이는 딱따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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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저장 "좋은 자리" 차지하려 '전쟁' 벌이는 딱따구리
형제·자매 연합해 심할 땐 10시간씩 지속하며 매일 사투
3~4개 그룹 싸움 추이 지켜보는 "참관" 딱따구리도 존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떡갈나무에 구멍을 파고 도토리를 저장하는 '도토리 딱따구리'(Melanerpes formicivorus)가 좋은 자리에서 살던 다른 딱따구리가 죽거나 사라지면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연합해 며칠씩 '전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제3 세력의 딱따구리도 멀리서 날아와 진을 치고 싸움의 추이를 주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생물·의학 분야 학술지를 발간하는 '셀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조류학자 사하스 바르웨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주 도토리 딱따구리에 무선 태그를 달아 움직임을 추적, 분석한 끝에 이런 사실을 밝혀내고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도토리 딱따구리의 등에 무선 태그를 장착한 벨트를 채웠으며, 첨단 전파원격측정 기술을 이용해 분 단위로 새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
도토리 딱따구리는 떡갈나무 껍질에 수천개의 구멍을 파 도토리를 비축해 놓고 공동 양육시설로 활용하는데, 이 "저장고"를 놓고 다른 형제·자매 딱따구리까지 가세한 연합을 결성해 싸움을 벌인다. 이 싸움은 보통 10여마리가 짝을 이뤄 3~4개 그룹 간에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한 그룹이 승리할 때까지 계속된다.



동물 세계에서는 한 그룹이 다른 그룹과 세력 다툼을 벌이는 것은 잦지만 이처럼 여러 그룹 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극히 드물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무선태그 자료로는 일부 딱따구리가 매일 싸움에 나서고 한 번에 10시간까지 싸움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르웨이 박사는 "이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자신들의 기존 영역에서 벗어나야 해 이처럼 오래 싸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들이 언제 먹이를 먹는지는 여전히모르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딱따구리들이 자신의 영역과 근접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다툴 때 가장 치열하게 싸운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싸움을 결정하는 것은 싸움에 나설 '전사' 딱따구리 충원 등과 같은 좀 더 복잡한 사회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딱따구리들이 (전쟁을 위해) 수년을 기다릴 때도 종종 있다"면서 "시기가 맞고 적절한 연합 세력이 구축되면 싸움에 나서 좋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고 설명했다.



도토리 딱따구리는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참관 딱따구리"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이들은 주변 나무에 앉아 그룹 간 싸움을 지켜보는데 싸움이 클 때는 30마리 이상 모일 때도 있는 것으로 목격됐다. 무선 태그 자료로는 이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한계 거리인 3㎞ 이상 날아와 1시간씩 싸움 구경을 하다 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참관 딱따구리가 자신의 영역을 비워두고 싸움이 벌어진 현장으로 날아온 것은 사회적 정보를 통해 얻는 이득이 영역을 방치하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바르웨이 박사는 도토리 딱따구리들이 복잡한 사회 관계망을 갖고있으며, "참관 딱따구리는 싸움 당사자만큼 결과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들 사이에는 적도 있고 친구도 있는 듯하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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