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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코로나19로 더욱 슬픈 인도 빈곤층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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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코로나19로 더욱 슬픈 인도 빈곤층 어린이
대부분 온라인 수업 어려운 환경…교육 기회 빼앗겨
경제난에 노동 현장으로 내몰려…조혼도 늘어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너뜨린 것은 인도의 경제와 어른들의 일상생활뿐만이 아니었다.
바이러스가 퍼지고 곳곳이 봉쇄되자 빈곤층 어린이들의 삶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가난한 아이들은 공부 기회부터 빼앗겼다.
코로나19 발생 후 인도에서는 봉쇄령과 감염 우려로 인해 학교 150만여곳이 문을 닫았다.
학교에선 등교하지 말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으라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아이에겐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인터넷과 노트북은 넘보기 어려운 '호사'였다.

인도 경제지 민트에 따르면 인도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가구의 비중은 전체의 24%에 불과하다.
지난달 초 힌두스탄타임스에 소개된 9살 소녀 네하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수도 뉴델리 인근 하리아나주의 누에 사는 네하의 집에는 스마트폰은 물론 TV조차 없다. 온라인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 외부 소식조차 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네하는 "학교에 가지 않은 지 4개월째라 학교에서 받은 책으로 혼자 공부하고 있다"며 "학교가 다시 열리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딱한 사연을 보다 못한 대학생 등이 여러 곳에서 자원봉사에 나섰다. 자원봉사 교사들은 다리나 나무 아래 같은 야외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치고 있다.
일부 지역 학교 교사들은 주택의 담벼락을 칠판 삼아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나마 공부라도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봉쇄령으로 인해 부모가 일자리를 잃자 노동 현장에 나선 아이들도 많다.
이들은 농사를 짓거나 날품팔이를 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일부는 거리나 상가에서 구걸했다.
남부 하이데라바드에 사는 마헤슈와리 문칼라팔리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어머니와 함께 농장 노동자가 됐다.
문칼라팔리는 "우리는 햇빛 아래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서 무척 힘들었다"며 "하지만 쌀이나 식료품이라도 사려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혼(早婚)이 늘어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코로나19로 살기 어려워진 저소득층 가정이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10대 초반의 어린 딸을 강제로 시집보내는 일이 더 잦아진 것이다.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미수루 지역에 사는 아동 보호 담당 공무원 S. 디와카르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올해 3월 중순부터 7월까지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조혼은 123건인데 작년 같은 기간의 75건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어린 신부들은 남편에게 성적 학대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인도 결혼 여성의 27%가 18세 미만이라는 통계가 보고될 정도로 인도에서는 조혼이 매우 흔한 상황이다.

이에 인도 정부는 여성의 결혼 가능 최소 나이를 현재 18세에서 21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아동 학대 방지 운동가인 크리티 바르티는 "딸이 18세가 되는 것을 기다리지도 못한 이들이 21세까지 기다릴 이유가 무어냐"고 반문했다.
사회운동가들은 대신 강력한 법 집행과 함께 조혼이 아동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5일 현재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매일 8만명 안팎의 새로운 환자가 쏟아져 나온다.
인도가 이러한 바이러스 폭증을 막지 못하는 한 어린이들의 시련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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