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도시는 위험" 뉴요커, 한적한 교외로 탈출러시
7월 뉴욕시 교외 주택거래 전년보다 44% 증가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유행의 최대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뉴욕시의 거주자들이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을 피해 교외로 대거 이주하는 추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대유행 이래 뉴욕시 인근 뉴저지주(州),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코네티컷, 롱아일랜드 등 뉴욕시 교외의 주택 수요가 급증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동산 감정평가업체 밀러 새뮤얼의 집계에 따르면 7월 뉴욕시 인근 교외 지역의 주택 거래가 전년 대비 44% 늘었다.
뉴욕시 북부의 웨스트체스터에서는 주택 거래가 전년보다 무려 112% 늘었고 뉴욕주와 접한 코네티컷주의 페어필드 카운티에서는 7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뉴욕 도심 맨해튼의 부동산 매매는 전년보다 56% 줄어 대조를 이뤘다.
지난 7월 말 뉴저지주 이스트 오렌지에서는 매도인이 28만5천달러(약 3억3천693만원)에 침실 3개짜리 주택을 내놓자 사흘간 집을 보러 97팀이 다녀갔고 24건의 매수 제안이 들어왔으며 매도인이 내놓은 주택가보다 21% 높은 가격에 현재 거래가 진행 중이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밸리스트림 지역에 있는 한 주택은 매도인이 올린 페이스북 라이브 비디오 영상만 보고 49만9천달러(약 5억8천992만원)에 내놓은 집을 사겠다며 6명이 몰렸다.
허드슨 밸리의 풀장이 딸린 98만5천달러(약 11억6천466만원)짜리 집은 부동산중개업체에서 집을 보여주기 시작한 지 단 하루 만에 14팀이 다녀간 이후 4명의 매수 희망자가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뉴욕시 인근 교외의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근 뉴저지주에서는 최근 집을 내놓은 적이 없는데도 매도 의사를 타진하는 부동산 중개인들의 방문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되고 도심 주요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를 재개한 이후에도 뉴욕 시민의 교외로의 이주 행렬이 이어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9·11 테러 사태 직후 일부 전문가들은 뉴욕 도심의 인구가 교외로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NYT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래 많은 기업과 직장인들이 재택근무 시스템에 익숙해진 만큼 당분간 교외 지역은 매력적인 거주지로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교외로 이주하기로 결정한 뉴욕 시민들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 거주하는 데 따른 건강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봉쇄조치로 온 가족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아이들에게는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어른에게는 재택근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맨해튼을 떠나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 이후 뉴욕 도심 거주자 상당수가 재택근무에 들어간 것이 교외 지역의 부동산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뉴욕시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타격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심에 거주하던 고소득자들이 이탈하면 뉴욕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수 있고 이는 뉴욕시의 경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재정감시단체 '시티즌 버짓 커미션'의 부회장 마리아 둘리스는 "연봉 100만달러(약 11억8천24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이 뉴욕시 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이들을 잃는 것은 시 재정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도 뉴욕 시민의 교외 이주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이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도심을 떠나려는 뉴욕 시민들의 문의 전화는 여전히 밀려들고 있다. 이사업체들도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이사업체에 따르면 5·6월 다른 주로 이주하기 위한 이사 견적이 전년 동기보다 200% 이상 늘었고 7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165% 이상 늘었다. 업체 관계자는 이들의 상당수는 뉴욕시 인근 교외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부동산 감정평가업체 오토 그룹에 따르면 지난 6월과 7월 뉴저지 전역에서 2만9천700채 이상의 주택이 팔렸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늘어난 수치다.
이 업체의 제프리 오토 대표는 뉴저지 주택시장의 이런 현상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정작 올초부터 7월까지 뉴저지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 수는 전년 동기보다 40% 줄어든 상황이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구매 수요의 대부분이 뉴욕 시민에게서 나온 것으로 진단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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