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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 데이, 세계 배터리산업 '쓰나미' 되나
전문가들 "전고체 배터리 양산 등 가능성 작아…국내 업계에 기회될수도"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세계 배터리산업에 '쓰나미'가 될까, 아니면 '소문난 잔치'로 그칠까"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 배터리 업종에 미칠 영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9월 22일(현지시간) 배터리 데이에서 새로운 2차전지(배터리) 기술을 공개한다.
정확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 전고체 배터리 ▲ 배터리 자체 생산 또는 중국 CATL 배터리로 전환 ▲ 획기적인 배터리 원가 절감 등이 주요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 '궁극의 2차전지' 전고체 배터리 나올까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물질로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는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이론적으로 에너지 용량이 2배가량 늘어나고 폭발 위험이 없어 '궁극의 배터리'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삼성종합기술원 등이 핵심 기술을 연구 중이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실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배터리 업계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인 연구개발(R&D)업체 맥스웰을 작년 인수하자 이번에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만약 테슬라가 이번에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내놓을 경우 세계 배터리 산업에 지각변동 수준의 큰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라는 전망이 많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맥스웰은 자사 기술 로드맵에서 전고체 배터리 생산 시점을 오는 2027년 이후로 잡고 있다"며 "이 정도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도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설령 테슬라와 맥스웰이 상당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경제성을 갖춘 양산 단계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국 다이슨의 경우 혁신적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R&D업체 삭티3(Sakti3)사를 인수해 야심 차게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작년 '상업적 성공이 불가능하다'며 사업을 접었다.
장정훈 연구원은 "다이슨은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을 통한 경제성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테슬라도 고체 전해질이나 증착 공정 등에 대한 시장의 검증 없이 곧바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 배터리 자체 생산으로 전환하나
테슬라는 그간 배터리 자체 생산(내재화)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특히 '로드러너(Roadrunner) 프로젝트'로 불리는 배터리 자체 생산 사업을 이번에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산에 필요한 막대한 설비 투자 등을 고려하면 당장 자체 배터리 양산 및 기존 배터리 대체를 선언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배터리 100% 자체 생산은 설비투자 부담이나 원가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며 "자율주행 개발 등 투자가 우선인 상황에서 배터리 투자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LG화학·파나소닉·CATL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정훈 연구원도 "테슬라는 창업 이래 배터리를 직접 제조한 적이 없고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를 패키징하는 과정의 경쟁력을 키워 왔다"며 "양산 경험이 전혀 없는 배터리를 내재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관측했다.
다만 테슬라가 당장 자체 생산을 발표하지 않더라도 향후 내재화 계획을 발표할 경우 국내 배터리주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적지 않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가 단기간 LG화학 등의 배터리 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이번에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의지가 확인되면 투자심리에는 다소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제는 테슬라가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의 대규모 조달 계약을 맺는 등 배터리 내재화 의지가 강해 보인다는 점"이라며 "테슬라가 제시할 배터리 내재화 시점과 규모가 이번의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 중국 CATL로 갈아탈까
테슬라가 배터리 수명을 약 160만㎞로 크게 늘린 이른바 '100만 마일 배터리'를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과 공동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테슬라가 주요 공급선을 현재의 파나소닉·LG화학에서 CATL로 갈아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CATL이 주력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현재 주류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하면 안전성이 높고 저렴하다.
하지만 에너지 용량이 작아 같은 부피면 주행 거리가 짧다는 단점으로 인해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고정우 연구원은 "테슬라는 기존 LFP에 M(망간)을 추가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LFMP 배터리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LFMP도 성능에 한계가 있어 단거리 전기차 중심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장정훈 연구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밝혔듯이 LFP 배터리는 300 마일(약 483㎞)을 넘지 않는 주행거리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테슬라는 주행거리 요구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LFP를 채택하겠지만, 세계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 상대 경쟁 우위를 가져가려면 니켈 비중이 높은 NCM 배터리를 주력으로 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 '획기적 원가 절감 배터리' 들고나올 듯
테슬라가 이번에 실제 내놓을 핵심 아이템으로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은 획기적으로 원가를 줄인 배터리 기술이다.
원가를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 경쟁이 가능한 kWh당 100달러(약 12만원) 이하 수준으로 낮춘 배터리를 공개, 가격 면에서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추월하는 비전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우선 코발트를 크게 줄이거나 없앤 배터리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발트는 t당 가격이 3만3천달러를 넘는 고가로서 배터리 가격 하락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 왔다.
고정우 연구원은 "테슬라는 코발트가 없지만 성능은 낮은 LFMP 배터리, 그리고 기존 NCM 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을 늘리고 코발트를 크게 줄인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의 '투 트랙'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 LFMP는 CATL이, 하이니켈 배터리는 LG화학과 파나소닉이 주 공급업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테슬라에 인수된 맥스웰이 보유한 건식 전극 코팅(Dry Battery Electrode) 기술도 유력한 원가 절감 후보로 꼽힌다.
장정훈 연구원은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배터리 전극 코팅에 쓰이는 화학용매 솔벤트를 쓰지 않고 코팅 후 건조 과정을 줄여 배터리 제조비를 약 10~15%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테슬라가 최근 배터리 데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미지에서 암시한 '나노와이어' 기술도 채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연구원은 "나노와이어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정현 연구원은 "이번에 주목할 점은 테슬라가 장기적인 배터리 목표가격과 시점을 어떻게 제시할지, 또 이런 목표가격 설정이 배터리 업체들에 어떤 수준의 원가 절감 압력이 될지 등이다"라고 관측했다.
장정훈 연구원은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이나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면 세계 배터리 업계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와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보다는 배터리 원가 혁신으로 전기차의 경제성 부각이 배터리 데이의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로 인해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명이 길어진 배터리 채용 프로젝트를 더 서두르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배터리 데이 이벤트는 한국 2차전지 산업에 위기보다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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