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부른 최루탄 조준 발사…칠레, 뒤늦게 경찰 체포
작년 10월 최루탄·고무탄 맞아 400명 눈 부상…2명 완전 실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난해 10월 칠레를 뒤흔든 반(反)정부 시위 당시 과도한 진압으로 시민의 시력을 잃게 한 경찰들이 잇따라 체포됐다.
28일(현지시간) 칠레 언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경찰 인권수사대는 소방 훈련생이자 세 아이 엄마인 파비올라 캄피야이(37)가 경찰 최루탄 통에 맞아 실명한 것과 관련해 당시 과잉 진압에 책임이 있는 경찰관 1명을 전날 밤 체포했다.
캄피야이는 지난해 10월 26일 수도 산티아고의 시위 현장 인근에서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경찰이 쏜 최루탄 통에 얼굴을 맞았다.
그는 양쪽 눈을 모두 다쳐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당시 시위는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을 도화선으로 사회 불평등에 대한 항의로 들불처럼 번졌으며, 3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
경찰이 조준해서 쏜 고무탄이나 최루탄 통에 맞아 눈을 다친 이들도 400명이 넘는다.
이중 양쪽 눈의 시력을 모두 잃은 이들도 캄피야이를 포함해 2명이다.
22살 대학생 구스타보 가티카가 고무탄에 맞아 실명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21일 또 다른 경찰 관계자가 체포됐다.
시위 당시 칠레 안팎의 인권단체들은 칠레 군경이 시위 진압에 과도한 무력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현지 조사에 나선 유엔 조사관들도 경찰이 시위대에 학대나 성폭력, 살인까지 저질렀다고 밝혔다.
칠레 검찰에 따르면 시위 기간 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성폭력,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신고가 무려 8천500여 건 들어왔으며, 지금까지 경찰 등 62명이 기소됐다.
이날 칠레 국가인권협회는 경찰 체포 소식을 환영하며 "훨씬 더 일찍 이렇게 돼야 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캄피야이는 현지 언론에 "단지 최루탄을 쏜 경찰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면서 "나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모든 이들을 위해 정의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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