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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달라진 '동학 개미'…공매도 금지 연장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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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달라진 '동학 개미'…공매도 금지 연장 이끌었다
금융위, 폐지에는 난색…개인 공매도 활성화 등 제도 개선 초점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연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재개에 대한 강력한 반발과 이를 의식한 정치권 움직임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에 대해 기관·외국인 투자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해온 만큼 금융당국은 금지 연장 기간에 제도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정치 이슈로까지 번진 공매도…코로나 재확산도 고려
금융위원회는 27일 임시위원회를 열고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의 6개월 연장을 결정했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의 주된 이유로 코로나19 사태의 종식되지 않은 점을 들었지만, 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재개 반대 목소리가 주요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워낙 강했던 터라 정부가 여론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특정 종목의 하락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발을 '공매도 순기능 및 작동 원리를 오해한 주장'으로 치부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증시 회복의 가장 큰 요인으로 '동학 개미'들이 거론되면서 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증시가 폭락세를 보인 지난 3월부터 이달 21일까지 개인은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37조1천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 회복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조4천억원, 12조9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증권사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증시는 글로벌 증시에 비해서도 회복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개인투자자가 기록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우리 증시를 든든하게 받쳐왔다"고 치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도 금융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공매도와 '동학 개미 운동'이 사회·경제적 화두로 떠오르자 유력 정치인들까지 논쟁에 가세하며 정치 이슈로까지 부각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매도 금지를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추가 연장해야 한다고 공개 표명했으며, 국회에서는 공매도 금지 및 개편안을 담은 법안이 줄줄이 발의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이날 400명대로 급증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된 점도 공매도 금지 연장에 힘이 실린 이유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이어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이뤄질 경우 최근의 조정 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 '평평한 운동장' 마련이 우선…"기회 공정성 제고"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폐지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 등을 통해 '공매도가 증시 유동성을 높이고 적정가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순기능이 있으며, 세계적 선진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투자기법'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해왔다.
대신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기간에 제도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개인투자자의 제도 참여 확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액 103조4천936억원 가운데 외국인의 거래액 비중은 62.8%, 기관 비중 36.1%로 집계됐다. 개인은 1.1%에 불과했다.


신용도 파악이 쉬운 기관 투자자는 예탁결제원 등을 통한 주식 대차 거래가 손쉽게 이뤄지지만, 개인은 대주 거래는 차입 종목 및 수량, 기간 측면에서 상당히 제한돼 있다.
은 위원장은 "경제사회 전반에서 증가하는 투명성 제고와 기회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공매도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개인들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매도 시스템이 마련이 우선"이라며 "개인도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함께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적 성격의 별도 금융회사를 만들어 개인에게 주식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식 제도,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의 한 축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해온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성자(증권사)는 거래가 부진한 종목의 매수·매도 가격을 촘촘하게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의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시장조성자들이 본래의 취지와 달리 유동성이 불필요한 종목에서 자전거래와 통정거래 등을 통해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다"며 최근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여럿 발의된 만큼 불법 공매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시스템 개선, 공매도 관련 정보 투명성 제고 방안 등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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