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렉시예비치, 벨라루스 수사당국 출두
야권 정권 이양 준비기관 '조정위원회' 수사 관련 증인 자격
"쿠데타가 목적아냐…야권에 러시아 등 국제사회 지원 필요할 수도"
야권 대선 후보 "루카셴코, 조만간 야권 시위 밀려 물러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동유럽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압승에 항의하는 야권의 불복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야권 인사 가운데 1명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26일(현지시간) 수사당국에 출두했다.
앞서 야권이 평화적 정권 이양 준비를 위해 창설한 '조정위원회'에 대한 당국의 조사에 증인 자격으로 소환받은 것이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렉시예비치(72)는 현재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을 맡고 있으나 건강 상의 이유로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
현지 수사위원회는 사회 각계 인사 60명이 참여하고 있는 야권의 조정위원회를 '정권 찬탈'을 위해 조직된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시예비치는 이날 다른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들의 수행을 받아 민스크 시내 수사위원회에 도착했다.
위원회 건물 주변에는 수십명의 야권 지지자들이 나와 그녀를 응원했다.
알렉시예비치는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조정위원회의) 목적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돕는 것이고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라며 "(야권의) 저항시위 뒤에 60명(조정위원회 위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벨라루스 야권은 외부 도움 없이 정권과 정치적 분쟁을 해결할 만큼 강하지 못하다고 시인하면서 "우리 시민사회는 강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에겐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끌어들일 수 있다면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쩌면 국제사회가 루카셴코가 우리와 대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과만 대화하고 있다. 어쩌면 푸틴이 우리를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러시아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약 40분 동안 위원회에 머물다 밖으로 나와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를 이용해 진술을 거부했다"면서 자신은 여전히 증인 자격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일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는 이날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루카셴코의 압승 결과는 조작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신변 안전 문제로 대선 뒤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있는 그는 그러면서도 "(대선 결과에 따라) 누가 대통령인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벨라루스인들이 루카셴코를 더는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합법적인 활동을 통해 루카셴코 퇴진을 쟁취할 것이라면서 "조만간 루카셴코가 평화적 시위와 파업 때문에 물러날 것이다. 나라가 정치·경제 위기로 빠져들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주문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9일 대선 이후 26년 동안 벨라루스를 철권통치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 결과로 이어진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투표 당일부터 연일 계속되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