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갱신때 세입자 버티면 임대료 못올리나" 논란(종합)
"세입자가 계약 갱신하면서 임대료 증액 수준 고집하면 집주인 속수무책"
정부 "사인간 계약 과소평가할 것 아니다"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이 시행되면서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두한 것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고 나서 집주인과 임대료 수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임대료 인상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느냐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현행 주임법 체계에선 집주인은 계약을 갱신할 때 세입자와 협의를 통해 임대료 수준을 정해야 한다.
집주인은 임대료를 직전 계약의 5%까지는 올릴 수 있지만 세입자가 집주인이 원하는 것보다 낮은 인상률을 고수하거나 아예 임대료를 인상해주지 않겠다고 버티면 집주인으로선 방법이 없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희국 미래통합당 의원은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인상률을 고집하면 집주인이 대항권이 없다"며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를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당사자간 협의를 과소평가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도 갱신 계약이 활발히 잘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일각의 우려대로 현실 계약에서 과연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겠느냐는 취지다.
정부는 이미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상가 임대차의 경우를 들고 있다.
상가는 세입자가 10년간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 때도 새로운 임대료 수준을 건물주와 세입자가 협의해야 한다. 이 협의에서 세입자가 임대료 증액을 끝까지 거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사례나 이로 인한 분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주임법에서 계약 갱신시 양측이 임대료 수준을 협의해야 하도록 한 규정이 지나치게 세입자 위주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계약이 갱신될 때 무조건 임대료를 증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증감'이 이뤄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해명한다.
지금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선 세입자가 유리할 수 있겠지만, 거꾸로 전월세 값이 내릴 때는 세입자가 감액 요청을 해도 집주인이 우위에 서서 거부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주임법 조항이 일방에만 유리한 조항도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세입자가 전월세 상승기에 충분한 임대료 증액에 합의하지 않는 등 비타협적인 자세로 일관할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면, 거꾸로 집주인도 세입자에 대한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극단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는 가정도 성립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극단적인 대립보다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시장 상황에 맞게 합리적인 판단하에 새로운 임대료에 대한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집주인과 세입자간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결국 분쟁조정위원회에 가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정부 전망과 달리 '주임법 개정으로 임대차 기간을 4년 보장받으면서 임대료는 안올려도 된다'는 인식이 세입자 사이에 확산하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정부가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접근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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