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난지원금 논의 보류…'나라곳간'도 한몫(종합)
홍남기 "국채 의존" 우려…속도조절하며 여론 지켜볼듯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이유미 김동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일단 보류하기로 한 의견을 모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여권은 "방역 집중 우선"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 규모로 확산하느냐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3단계 격상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4일 "코로나 확산이 길어지면 제조업 타격에 대응해야 한다"며 "전방위적 종합대책을 염두에 두고 재정 여력을 함께 검토해야지, 일시적 내수 진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 달리 2차에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 조달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100% 국채 발행에 의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차 지원금은 1차 때와 같은 형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1~3차 추경을 통해 이미 25조원 정도 (지출) 구조조정을 해버린 만큼 더 이상 구조조정을 할 사업이 없다는 것이다. 재정 여력이 없을 경우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결국 빚을 내는 것(국채 발행) 뿐이다.
정부는 3차례 추경을 통해 이미 예정에 없던 예산을 60조원 가까이 더 썼다.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부족한 금액은 국채를 발행해 추경 재원을 조달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38.1%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3.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1차처럼 전 가구에 40만~100만원을 지급할 경우 14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지급 범위를 소득 하위 70%로 줄일 경우 약 10조원, 50% 가구로 정하면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금을 1인당 20만원으로 설정하면 10조원이다.
홍 부총리가 말대로 '100% 국채 발행'에 의존한다면 지급될 긴급재난지원금 만큼 국가채무가 늘어난다. 지급 규모가 10조원이라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0.5%포인트 안팎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재난지원금이 실제 소비 진작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지금되는 재난지원금은 소비보다 저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재난지원금의 약 30%가 가계의 추가적인 소비로 연결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정 여력을 고려해 소득 하위 50%에게만 지원금을 주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데 드는 비용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니 나라곳간 사정도 생각하지 않고 선심성 정책을 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정청은 일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오는 29일 선출될 새 민주당 지도부에 공을 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내에선 신속한 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결국 2차 재난지원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해영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재정이 어렵다 해도 사람이 살고 봐야 한다"며 취약계층 선별지급을 주장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서둘러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선별 지급 주장은 상위소득 납세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전략위원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말한 것"이라며 "당과 정부의 입장은 재난지원금 검토가 아니라 방역에 집중할 때"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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