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전이의 분기점 림프절, 도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항산화 '지방 코팅' 받고 혈류 이동 스트레스 견뎌내
림프절 거친 암세포, 전이 확률 높아…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원발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가 멀리 떨어진 조직이나 기관으로 전이할 때 림프절을 거쳐 혈액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암세포는 혈류를 타고 이동하면서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를 더 잘 견뎌낸다. 당연히 먼 곳에 전이할 확률도 더 높다.
암세포가 림프절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차단하는 일종의 '기름 코팅' 서비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발견은 대부분의 암 사망이 전이암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암 사망을 대폭 줄이는 전이 차단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SW) 과학자들은 19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피부암의 하나인 흑색종 세포를 생쥐의 정맥과 림프관에 각각 주입했다.
그랬더니 림프관에 주입된 암세포가 정맥에 들어간 암세포보다 더 많이 살아남아 다른 부위에 새 종양을 형성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차이가 산화 스트레스에서 기인한다고 가정했다. 전이의 길에 오른 암세포는 혈액을 타고 이동하면서 고강도 산화 스트레스를 받는다.
원발암에서 분리된 암세포가 대부분 전이에 성공하지 못하고 중도에 죽는 것도 산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화 스트레스가 자멸사의 일종인 '페랍토시스(ferroptosis)'를 암세포에 유발한다는 게 새로이 밝혀졌다.
세포 내의 철분을 제거하면 활성산소(ROS) 생성이 억제돼 세포 스스로 죽는 '애팝토시스(Apoptosis)'도 멈춘다.
페랍토시스는 철분이 일으키는 세포 자멸사를 말한다. 하지만 몸 안에 철분이 많으면 해로운 활성산소도 많이 생긴다.
생사를 가르는 건 암세포의 지방산 대사였다.
림프계를 거친 암세포는 올리브유에 풍부한 올레산 수위가 아주 높았다.
이 단일불포화 지방산은 림프절에서 암세포의 세포막에 흡수돼, 고도불포화지방산의 농도를 낮췄다.
이것이 페랍토시스를 유발하는 화학 반응을 억제해 암세포를 보호했다.
림프계에서 '올레산 코팅'을 받은 암세포는 혈류를 타고 먼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한 뒤 새 종양을 형성했다.
UTSW 아동 의료센터 연구소(CRI) 소장인 션 모리슨 박사는 "림프절의 방어 메커니즘을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의 전이 초기 단계에 작용하는 항암제 개발의 가능성이 열렸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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